1
평일 낮, 액세서리 매장에서 강아지 얼굴 모양의 머리핀을 봤다.
불독 얼굴 모양의 핀이 굉장히 귀여워서 슥 집어 들었다.
오밀조밀한 모양새를 살펴보고 있는데 직원이 가까이에 와서 그런다.
"아이들에게 잘 어울려요. 인체에 무해한 재질로 되어있어서 물고 빨고 해도 안전해요. 아이 주시려고요?"
아이 주려고? 그런 것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예뻐서, 내가 가지고 싶어서 본 것이었다.
속으로,
'제 나이엔 강아지 핀 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염?! 섭섭해욤!'
라고 외쳤지만, 뭔가 민망한 기분이어서, 겉으로는 태연한 척,
"친구 딸에게 선물하려고요..."
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2
직원은 "스와***키가 박혀있고요 아***로 제품이에요. 고급스럽지요."라며 한참을 설명한다.
익히 들어본 브랜드이다. 가격이 좀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가격표를 보니 3cm * 4cm 의 머리핀이 15,000원이었다.
작은 머리핀 하나에 그 가격은 너무 쎘다.
제자리에 놓고 떠나오면서 웹을 뒤지리라 생각했다.
집에 와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바로 그 불독 머리핀을 찾아내었다.
인터넷 가격은 7,400원, 산다고 치면 배송료 2,500원을 더해도 9,900원.
훠~얼씬 싸다.
이러니 오프라인 매장에선 사기가 꺼려진다.
매장 월세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그걸 이해해주면서까지 비싼 값을 치를 구매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
어디선가 듣기로는,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을 전시하는 용도로만 활용되고 대부분의 거래는 온라인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하던데, 상황을 보아하니 정말 그리될 것 같다.
나만 해도 매장에서 핀을 보고, 웹상에서 구입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3
결국 나는 그 머리핀을 샀을까?
아니다. 사려다 말았다.
지금의 내 머리칼도 짧고 디자인이 너무 '영(young)'하다 보니 실제 사용할 빈도가 적다는 판단이었다.
예전에는 실용성이고 뭐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 쪽으로 결정이 기울었는데 이제는 뭔가 물건이 많은 게 부담스럽다.
법정 스님이 찻잔 1개를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선물로 한 개가 더 생겨 찻잔이 두 개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잔이 두 개가 되고 나니 잔 하나였을 때의 살뜰하고 귀히 여기던 마음이 사라지시더란다. 그래서 잔 1개를 남에게 줘버리고 다시 1개의 다기로 생활하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내용이 나온 책을 20대 때에 읽었는데 그 당시에도 인상 깊었고 지금에도 계속 기억 속에 자리한 채 떠오른다. 요즘 와서 생각해보면, 스님이야말로 미니멀 라이프 1세대이신 듯.
나도 스님의 정신을 본받아 머리핀을 안 샀다. 음... 장하다....(셀프 칭찬)...
4
이상, 머리핀에 얽힌 짧은 단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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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법정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