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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ug 14. 2021

가족 이야기 2

시즌6-100






1


어머니는 여러모로 나를 감동시킨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음식에도 늘 사랑이 깃들어있고 사다 주시는 옷가지나 물건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내가 20살 무렵이었다.

손잡이가 달린 투명 유리잔을 좋아한다고 하니 어디선가 포도송이가 양각으로 나와있는 손잡이 있는 유리잔을 사다 주셨다.

잔이 예쁘기도 했고 내가 기대한 이상의 디자인이라 감탄했다.

나는 그저 밋밋한 일자형 유리잔을 생각했을 뿐인데 말이다.

어머니가 사주셨던 그 잔은 어느 날 보니 깨져서 버렸다. 그날 기분은 매우 저조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컵이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손잡이가 달린 유리잔을 좋아한다. 그래서 몇 년 전에 다이소에서 그런 잔을 사 왔는데 어머니가 유심히 보시고는


"이건 맥주잔 아니니?"


...라고 하셨고 그래서 보니.. 아무래도 맥주잔이 맞지 싶다.

참... 손잡이 달린 예쁜 투명 유리물 잔을 찾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다시 놀라워진다. 그 옛날 그 물 잔을 어머니는 어디서 구입하셨던 걸까?

요즘은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놀래키시는(그 내용은 비밀이라 함구하겠다.) 어머니는 그냥 1년 내내 나의 산타인 것 같다. 감사하기 그지없다.




2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이 온 우주를 통틀어 풀기 힘든 3대 난제쯤 되듯이 느껴지는 나이가 있었다.

그때에는 한 분을 택하면 선택받지 못한 다른 분이 섭섭해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 그런 질문을 내게 묻는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에게 가끔 물을 때가 있다.

심정적으로 어느 쪽이 더 마음이 쓰이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보면서 말이다.

행복한 나는 "두 분 다"라고 답할 수 있었으나 간단한 대답과 달리 그 과정은 나름 치열했다.


한편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이 불편하거나 거북할 수도 있다.

두 분 중 한 분을 지칭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간혹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부모가 부모라고 여겨지지 않는, 사연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3


우리 부모님은 말씀으로 표현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아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잘 몰랐다.

나는 그저 더부살이하는 느낌 비슷했다.

지나와 생각하면 더부살이가 맞는데 편하게 밥상 받고 놀면서 사는 살이었다.

어머니는 마냥 정성으로 살림을 하셨고 바깥일로 바쁘셨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셨고 말이다.

두 분은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했으나 당신들의 그러한 노력을 생색내지 않으셨다.

표현을 안 하시는 분들이어서 그냥 '철들면 언젠가는 알겠지.'하는 생각이셨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늦된 사람이라서 다 늦어서야 부모님의 사랑을 깨달았는데 다행히 부모님이 건강하시다.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얻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형제 잘 만났고, 형제의 배우자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부모님을 잘 만났고.


거의 모든 것을 해주신 부모님.

옷을 사주고 밥을 먹여주시니 감사하고, 진심으로 애정을 주시고 또 주시는 애정만큼의 마음을 주시고를 반복.


두 분 모두 우리 남매를 사랑하신다.

이렇게 절절하게 느끼는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 따위가 어렵겠는가?

온전히 '두 분 다' 혹은 '모두 다' 아니면 '부모님'이라고 답하겠다.

그리고... 부모님.. 이젠 제 차례인데.. 해드릴 수 있는 게 흑당 라테밖에 없어서 죄송해요. (ㅠ_ㅠ)a




4


<자잘자잘 스토리 시즌 6>을 오늘로 마무리합니다.

좀 쉬다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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