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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Dec 25. 2021

자잘스토리 7 - 004 - 뇌 워밍업





1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엔 난감하다.

몸도 찌뿌둥하고 머리도 지끈 지끈하다.

제때 밥을 먹지 않고 제때에 일어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몸과 뇌에 워밍업을 걸어야 할 때이다.




2


방법은 알고 있는데 밥 먹기도 싫고 운동은 더욱 싫고, 뇌 워밍업도 귀찮긴 매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난감하다, 하기 싫으니까.

내가 이런 심정을 말하면 어머니는 한 마디 하신다.


"그럼 죽어야지."


우리 어머니, 어쩌면 전직 킬러가 아니실까?

너무 아무렇지 않게 죽으란 말씀을 하셔서 식겁하게 한다.

아니, 아니, 아니... 죽긴 싫어요... 일단 쉬운 것부터 해야죠...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밥을 챙겨 먹었다. 그건 좀 쉽더라.


이제 뇌 워밍업만 남았는데, 독서도 귀찮고, 글쓰기도 귀찮고....

만사 귀찮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도 손글씨보다는 자판 치기가 편하니까 끄적여본다.

그렇다면 그 결과 지금 뇌에 워밍업이 걸렸는가를 자문해 보면....

그럴 상태가 아닌가 보다.

워밍업이 아니라 머리가 후끈후끈 과열 증상이 나타나는 게 뇌가 고장이 난 게 아닐까 싶다.

근데... 시국이 시국이라서,


'음? 감기인가? 음? 헉.. 코로나는 아니겠지? 설마, 오미크론?

나 죽는 건가? 어머니가 죽으라고 해서 죽는 건 아니에요.

어머니 슬퍼하지 마세요. 제 전 재산은 아버지와 나누어 가지시고요.

근데 저 빚만 있는데, 아시죠? 빚도 재산이라잖아요.

두 분이 사이좋게 나눠가지세요.

저는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세요.... 정말.... 흑...

죽기 싫은데... 흑...'


라고 혼자 소설 쓰고 있다.

보통 절절하게 빠져들어 소설을 쓰다 보면 감정에 취해서 울기도 하는데, 지금 나는 쓰면서 웃는 거 보니까 진심도 없고 절절함도 없고, 순 장난인 게 분명하다.

그리고 장난이라는 사실이 웃겨서 스스로 실실 웃고 있다.

어라, 지끈거리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네.

(글쓰기, 웃음, 어느 게 효험이 있는 거지?)




3


크리스마스에 별다른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날은 캐럴을 틀어놓고 방 정리 정돈을 할 것 같다.

작은 기대를 하자면, 역시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이 살포시 내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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