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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01. 2022

자잘스토리 7 - 005 - 단호한 쇼핑









1


핫초코가 먹고 싶어서 코코아 파우더를 구입했다.

모카 라테 마실 때 사용하는 초코시럽이 있으니 그걸 사용하면 되지만, 또 무가당 코코아 파우더로 수제 소스를 만들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고 하니 귀가 솔깃했다.

코코아 파우더 하나 구입하려고 여러 번 생각했다.

살까, 말까? 몇 번이나 마시겠어? 사지 말자. 하지만 겨울은 3월까지잖아.

온전히 3개월이 남았는데 구입해두면 온 가족이 적당히 달아서 맛있는 핫초코를 수십 번도 더 마실 수 있잖아?




2


그렇게 해서 코코아 파우더를 장바구니에 투입, 그러고 나니 코코아 파우더를 솔솔 뿌릴 수 있는 파우더 통이 필요하겠더라.

그래서 통도 하나 장바구니에 넣었다.

필요한 것은 그것뿐이었지만 이게 일정 금액선까지 구입해야 배송비 무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그 금액을 맞추려다 보니 뜬금없이 아보카도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 아보카도를 맛있게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몇 가지 재료를 곁들여 구입하고 나니 순식간에 훌쩍 몇 만 원이 넘었다.

애초에 달랑 두 개만 사면 되었는데, 코코아 파우더를 살까 말까 여러 번 고민하던 반복이 무색하게도, 애꿎게 이것저것 많이 구입하고 말았다.... 참.




3


원단이 필요할 때 어머니와 주로 동대문에 가서 쇼핑하곤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발목을 다치셔서 동대문은 고사하고 동네 앞에도 잘나가시지 못한다.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원단을 웹 쇼핑해 봤다.

어머니와 나는 노트북을 앞에 두고 한참 검색하여 드디어 용도와 구미에 맞는 원단을 찾아내었다.

보니까 첫 구매 고객에게는 할인금액도 많고 포인트도 넉넉히 주더라.

어머니께 말씀드려봤다.


"어머니, 처음 구매 고객에게 3만 원 이상 구입 시 5천 원을 할인해 준대요. 기왕 사는 거 다른 천도 좀 살까요?"


"필요할 때 사는 거지 미리 3만 원어치 사둬서 뭐 하게. 소용없다. 그냥 아까 것만 사고 말아."


때로는 미리 사둬야 불시에 필요하면 사용할 수도 있는 좋은 점이 있지만, 어머니 말씀에 이의를 달 지는 않았다.

눈앞에서 보고 사는 게 아니다 보니 실물이 어떤 상태인지 가늠하기 어려웠기에, 금액을 키워 괜한 모험을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4


가끔은 약간 더 지출하여 여유와 풍요를 누리고 싶지만, 소비에 있어서는 어머니의 신념이 옳으신 것 같다.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필요만큼만 구입하는 것.

여유도 풍요도 합리적 소비와 절약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의 코코아 파우더 쇼핑 사건은 문제점 많은 소비행태였다.




5


쇼핑 물품이 하나둘 도착했다.

파우더 통 하나만 빼고 나머지는 다 먹거리, 우리 집 엥겔계수는 내가 높이고 있다.

먹고살자고 돈 버는 것이니 식비는 크게 아깝지 않다.

그렇다 할지라도 배송비 아껴보겠다고 추가 구입하는 것이 늘 좋은 소비는 아닌 것 같다.

원단 웹 쇼핑할 때 어머니의 "아까 것만 사고 말아."라고 하시는 단호한 결단력이 멋져 보였다.


-3만 원 구입 시 5천 원 할인? 그딴 술수에 넘어갈쏘냣! 꺼져랏!-


라고 하시지는 않았지만 마치 그와 같은 뉘앙스랄까?

호락호락하지 않은 우리 어머니!

꺄앗! 멋져 부러!


져니도 앞으로 단호한 여인이 되어야게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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