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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n 25. 2022

자잘스토리 7 - 030 - 어머니와 데이트







1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외출하는데 때마침 어머니가 시간이 되셔서 동행했다.

일을 처리하고 나서는 어머니와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일단 배가 고파서 점심을 사 먹자고 하셔서 메뉴 선정에 들어갔다.

날이 좋고 볕이 뜨거운 데다가 정오를 지나고 있어서 좀 더웠다.

어머니와 나는 냉면을 먹자고 합의하고 그 일대의 음식점을 기웃거려봤지만 냉면집은 없었다.

간혹 고깃집에서 냉면 메뉴가 있어서,


"냉면 있는데 여기로 할까요?"


...라고 내가 의견을 물으면 어머니는


"고깃집 냉면은 양도 적고 맛도 썩 아니야."


...라고 하신다. 그래서 다시금 일대를 뒤지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여기 들어가자. 여기서 면을 파네."


보니까 국물 국수와 비빔국수를 팔고 있었다. 어머니가 좋으시다니 나도 좋았다.

들어가 주문을 하고 기다리다가 내가 어머니께 잠깐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 근데 내가 시킨 국물 국수가 냉으로 나올까요?"


"국수라니?


"... 어머니, 우리 국수 시켰어요."


어머니는 메뉴를 보시고는 비빔국수, 국물 국수임을 알고 한숨을 푹 쉬셨다.


"나는 비빔냉면,이라고 보고 들어왔는데 지금 보니 비빔국수구나.... 어쩌냐?"


나는 상관없었지만 어머니가 푸념을 하시니 위로해 드렸다.


"맛은 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그래도 직원에게 왜 냉면이 아니냐고 컴플레인 하기 전에 아셨으니 그게 어디예요."


어머니는 큭큭 웃으셨고 마침 국수가 나왔다. 비빔국수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내 국수도 살얼음 진 육수여서 시원하고 좋았다.

실수해서 들어간 음식점 치곤 괜찮은 곳으로 들어갔으니 그 다행함에 어머니와 나는 즐거웠다.




2


크리스0 도넛 오리지널을 좋아한다.

담백하고 많이 달지 않아서 앉은 자리에서 3~4개는 거뜬히 먹을 수 있다.

무료 쿠폰으로 도넛을 한 상자 받을 수 있다고 어머니께 장담을 하고 동네 크리스0 도넛 집을 찾아갔지만 그 체인점이 사라지고 없었다.

마지막으로 갔던 때가 꽤 오래전이 아닌 것 같은데 사라지고 없어서 당황했다.

나, 피하는 거니, 크리스0 도넛아?




3


어머니와 이날 마지막 들른 곳은 다이소였다.

다이소에 가면 어머니와 나의 동선이 갈라진다.

어머니는 주방용품 쪽, 나는 문구류와 컵쪽.

이날도 붙어서 용품들 검색하다가 따로 각자 용품들 구경하다가를 반복했다.

나는 컵을 좋아해서 유리잔과 컵을 구경했다. 집에 컵이 많지만 왜인지 모르겠는데 자꾸 컵이 좋고 사고 싶다.

이때에도 한눈에 들어오는 예쁜 컵이 있길래 집어 들었는데 뒤에서 어머니가 그러신다.


"안 돼. 내려놔."


군말 없이 내려놨다. 어머니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내가 정말 그 컵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래서 사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꼭 이날만이 날은 아닌 것이다.

어느 날이든 어머니 몰래 사들고 들어가 슬며시 컵을 개수대나, 식탁에 놓아두어, 느닷없이 발견되게 해놓으면, 이미 사 놓은 거 어쩌시겠어, 내가 비싼 스쿠터를 산 것도 아니고 2천 원짜리 컵 하나 사 왔는데 야단하시겠는가.

다 내가 속이 깊고 넓어서 컵을 내려놔 드린 것이다.

하지만... 흠... 컵이 예뻤는데... 흠... 살까?.... 야단은 안 하시고 쫓아내시면...?




4


어머니와 데이트는 즐겁다.

데이트 시작할 때에는 어머니가 앞서 걸으시는데 데이트 막바지에는 내가 앞장서 걷고 있었다.

기력이 떨어지셔서 어머니의 발걸음이 느려지시는 모양이었다.

마음이 좋지 않지만 달리해드릴 것도 없고... 그냥 일단 식사량을 늘여드려야 할 것 같다.

그러려면... 반찬이 맛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내가 요리 실력을 쌓아야 가능한데...

아,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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