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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Nov 05. 2022

자잘스토리 7 - 049 - 이태원 참사 사건







1


그날 우리 오빠는 한턱 낸다는 친구와 친구들을 만나

당구 게임을 하고 술자리에 간다고 했다.

밤 11시쯤에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한 오빠가 돌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그 시간 때 나는 TV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태원의 혼란한 상황과 사망자 소식을 알리는 속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로는 오빠가 이태원을 간다는 말은 없었으나,

10시 반에는 되던 통화가 11시에는 되지 않으니, 마구 걱정이 되었다.

혹시 이태원을 간 건 아니겠지? 하며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

가족들 속은 타들어가는데, 새벽 2시에 얼큰히 취해서 돌아온 오빠를 보고,

아무튼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그냥 마냥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2


세월호 사건과 이번 이태원 사건을 예로 들며

안전을 위한 행정이 얼마나 허술했었는지를 비판하며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3


세월호를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탈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점점 턱밑까지 차오르는 물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공기가 남아있는 위쪽 공간으로 피신한 사람들은

발밑에 채이는 익사한 시신들을 애써 외면하며,

간당간당하게 숨을 쉬고 있는 주변의 몇몇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초연하게 죽음을 맞이했을까?

내 생각엔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막을 바 없이 코와 입안으로 쏟아지는 물을

괴로움과 숨 가쁜 고통과 함께 속절없이 삼키며,

지상에 남겨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것을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

숨이 막혀 괴로운 것인지

죽는다는 사실이 괴로운 것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가족에게 떠난다는 말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답답하고 괴로운 것인지,

그들 자신도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것일 게다.




4


이태원 참사 사건도 참 안타까운 사건이다.

물속에서야 숨을 쉴 수 없으니 빠지면 어쩔 수 없이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공기가 창창하게 차있는 도시 지상 도로에서

숨을 못 쉬어서 죽다니....

애도에 앞서 황당할 따름이다.

그들은 핼러윈을 즐기러 왔을 뿐인데 말이다.

원래 도시엔 사람이 많지만 유난이 좀 많은 날 때쯤으로 여기고

그 도로에 별 위험을 못 느끼며 발을 디뎠을 것이다.

그 디딘 한 걸음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부딪히는 어깨와 몸통들이 어느 순간 밀착되어 압박이 되더니

엄청난 힘으로 숨통을 짓누르는....

신체적 상처는 견디면 되지만,

숨을 막는 그 압박과 숨 가쁨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는가...

그 고통, 괴로움을 느닷없이 맞닥뜨린 후

허망하게 죽어갔을 그 젊음들이 안타깝고 아깝고 애처롭다.




5


나는 그저 생각만 많은 사람이어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고통만 가늠해 보고 울컥 할 뿐이다.

이번 이 사건의 아픔에 공감하시는 현명한 분이 많아서

행정상의 잘잘못이 있었는지 따져 묻고 개선점을 제시하는, 

행동하는 지성인의 출현을 바래본다.




6


다시 생각 많은 일반인으로 돌아와서,


울다 지쳐있을 유가족들은 고인들의 자리를 어찌 메울까,

시간이 해결해 준다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3년' 이라고 정해진 것도 아니니 힘들 테고,

잊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건.... 역시 '사랑'때문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또 한숨만 쉰다.




7


삼가 고인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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