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갔다.
뜸을 준비하고 있자니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모여드신다.
80에서 90이 넘으신 연세의 분들이라 관절이 성치 않으셔서 웬만한 이동을 걸어서 하지 않으신다. 엉덩이로 바닥을 닦으실 듯 낮게 몸을 끌면서 움직이신다.
처음에 그 모습을 봤을 땐 생소해서 놀랐고 몇 번 접한 뒤엔 안쓰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습이 귀여우시다.
90세 넘으신 어르신들을 볼 기회가 나는 많지 않았다.
연세가 든다는 것을 얼굴에 검버섯이 좀 생기고 기력이 좀 없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당연히 사지가 달려있으시니 번듯하게 걸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기어서 움직이시는 그분들을 보게 되자, 나는 충격을 먹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장애를 갖는 것인가?'
그러다가 여러 번 뵙게 되니, 조금 충격에서 벗어났다.
'알고 있지 않았던가,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힘에 부친다는 것을.'
90년이라는 세월은 많은 것을 남기는구나 싶었다.
몸의 질병, 기억의 노쇠함 등을.
다시 몇 번을 더 뵙게 되니 충격에서 말끔히 벗어났고, 어르신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뜸을 떠드리면서 "뜨거우시면 말씀하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어르신은 귀가 안 좋으신지 "어?(갸우뚱)"
그럼 나는 귀에 대고 다시 크게 "뜨거우시진 않으세요?!!"
어르신은 또다시 "어?"라고 되물으신다.
'날아라 슈퍼보드'의 '사오정'을 연상시키는 모습에 나는 웃고 만다.
그런가 하면, 다른 어르신께 여쭤본다.
"어르신, 어디 사세요?"
"저어기~ 독산동"
주변의 다른 어르신들이 그 말씀을 듣고 피식 웃으신다.
경로당에서 너무 먼 곳이라서 어르신이 오가기 힘든 곳인데 여기까지 어찌 오셨나, 의아해하고 있는데 옆의 어르신이 그러신다.
"그분, 요 근처에 사셔."
"그럼 독산동은...?"
"그분 깜박깜박해. 치매 초기야."
다른 분들은 그 어른의 왔다 갔다 하는 정신을 익히 아셔서 웃으신 것이다.
치매? 그건 좀 불행한 일인 것 같은데.... 웃으셔도 되나?
방바닥에 엉덩이 붙이고 다니시는 것도, 귀가 안 들려 큰소리로 말해야 하는 것도, 파킨슨병으로 손이 덜덜 떨려 움직이는 것도, 방금 전 말해줬던 내용을 까맣게 잊는 치매도, 이 모든 것을 어르신들은 그냥 받아들이고 계셨다.
그러려니.... 당연하려니...
팔팔한 건강을 가지고 있는 젊은 나로서는 그러한 모습이 비애로 다가왔었는데....
그 비애감과 충격에서 좀 벗어났다 해도 치매는 좀 슬픈 일인 것 같은데......
조금 애매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르신들의 자연스러운 웃음과 면면히 흐르는 넉넉한 분위기에 나도 동화되어버렸다.
순간적으로, '아무렇지 않을 수 없을 건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심각하지 않기로 했다.
'독산동 사시는' 할머니의 중지 손가락 끝(머리, 뇌에 해당하는 곳)에 뜸을 잘 붙여드렸다.
어르신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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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어주되 베풀어준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라.
-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