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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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라는 강의를 들었다.

강사님은 '은유'님.

웹에서 검색해보고 먼저 얼굴을 익혔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분이셨다.

웹상의 사진으로는 편안한 이미지였다.

실제로 보니 역시 편안한 인상이셨고 강의를 듣는 도중엔 '아, 저분 지적인 풍모가 느껴진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엔 성실히 답변하시는 모습으로 흠뻑 신뢰감을 주시더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강의였는데 정말 알찼던 수업이었다.

같이 강의를 들었던 지인도 정말 괜찮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강의 정보를 우연하게 발견했고 접수도 대기 신청자로 되어있었는데 운 좋게 수강자로 전환되더니만 기대치 않았던 만족감까지, 우연과 반전과 반전으로 사람을 놀래키는 과정이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2


강사님은 '솔직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들려준 일화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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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숙제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써오라고 했다.

학생들은 써 오기는 했으나 그냥 평범하고 뻔한 글을 써왔다.

그러던 중 한 남학생의 글이 상황을 반전시킨다.


"나는 섹스를 좋아한다. 내가 섹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학생들이 발표하는 그 친구의 글에 귀를 기울이며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집중해들었다.


웬만해선 쓰기 어려운 주제를 너무나도 솔직하고 과감하게 써 온 것이다.

그 친구의 글에 대해 모두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다음번 숙제를 내줬을 때, 이번에는 또 다른 학생의 글이 또 그렇게 인상적이었다.


학생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부싸움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상에 대해서 써온 것이다.

사실 가정 폭력 같은 이야기를 누가 쓰고 싶겠나, 콩가루 집안 같다는 소릴 들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 학생은 부모님의 부부싸움에서 느끼는 두려움, 혼란스러움 등의 느낌을 자세하고도 솔직하게 써내었고 그것이 듣는 이에게 감흥을 줬다.

이전 시간에 이 학생은 그다지 인상적인 글을 써오지 못했는데 이번엔 굉장히 잘 써왔다. 단기간에 갑자기 잘 쓰게 되었기에, 물어보니, 그저 '이전 시간에 섹스에 대해서 솔직하게 쓴 친구의 글을 듣고 나도 한 번 솔직하게 써보자고 생각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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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쓰면 글이 잘 써지고, 솔직함은 솔직함을 이끌어내는 모양이다.


강사님의 이 일화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뇌리에 확 박혔다.

솔직함이 솔직함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그들은 순수하고 용기 있기에 그렇게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들었다.


사실 글을 쓰다 보면 좋은 사람인 척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불합리한 일을 보고 '좀 심하네.'라고 생각하면서 막상 글로 쓸 때에는 '굉장히 화가 난다.'라고 쓰고픈 욕심이 생긴다.

생판 남의 불행을 보면서 '안됐네."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쓸 때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라고 분노하듯이 쓰고픈 욕망 같은 것 말이다. 좀 더 정의롭고 정 많고 바른 사람인 척하고 싶을 때가 늘 있다. 그럴 때에는 최소한의 솔직함으로 아예 쓰지 않는 편을 택하기는 하는데... 영 어렵다, 어려워.


용기를 내어 솔직해져야겠다.

사람들을 납득시키고 그 자신을 구원하는 것은 '솔직함'이겠거니 한다.








3


그래서.....

푸른 기와집의 어르신이 솔직해지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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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말해 줄 친구가 없는 사람이다.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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