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이모저모

by 배져니
20170103-나무 사본.jpg



1


새해이다.

마음이 설렌다. 1년이라는 통시간이 주어져있다.

몇 가지 꼭 해야 하는, 제약이 걸린 시간들이 있지만 그 제약조차 내가 자발적으로 걸어놓은 것이라서 부담스럽기보다 기분이 좋기만 하다.






2


방송국에서는 사람들의 새해 계획에 호응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다이어트 계획을 도와줄 운동방법이나 식단에 대한 프로그램이 자주 보였다. 어느 아침 방송에선 연초에 늘 세울법한 영어 공부 프로그램도 코너 속 코너로 편성했더라.


사람들의 관심사가 건강이나 다이어트, 어학 공부, 취미, 사교, 자기계발쯤으로 보편화되어있어서 그런가 보다. 방송은 그런 쪽으로 방영되고 있었고 나도 그 보편적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어서 그렇게 편성된 방송을 열심히 시청하게 된다.


특히 다이어트에 대한 운동법이나 식이요법에 대해서는 어찌나 많이 방영되던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TV를 켜면 늘 방영 중이다.


방송에서 알려준 비만 측정법으로 재보니 나는 아직 비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거울을 보면... 내 상태가 요즘 되게 '똥글똥글'해져있다. (크흑!)



방송에서 말하길, 같은 무게의 근육량과 지방량의 부피는 1:1.3 비율이라고 한다.

때문에 같은 체중이어도 지방이 많은 사람은 더 크게 보인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체중이 늘었는데 '땡글땡글'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 늘어난 체중이 모조리 다 지방이라는 의미이리라.


갑자기 마음이 긴박해졌다.


이대로는 안 돼~!(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절규!)


식사량을 줄일 생각은 없다. 모든 게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왜 밥 량을 줄이려고 하는가, 나는 많이 먹지도 않는데 말이다. 밥은 그대로 먹을 것이다.


어쩔수 없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난 땀 흘리는 게 너무 싫다. 땀 안 흘리는 운동이 있으면 그 운동을 할 거다.


고로 나는 밥은 그대로 먹으면서, 땀 안 흘리는 운동을 할 것이고, 살은 빼겠다.


이제 땀 안 흘리는 운동법만 찾으면 된다.


제보받겠다.









3


아래 글은 2005년 웹 어디선가에서 보고 저장해놓은 글이다.


**********************************

"뉴욕에 올 때는 성공하고 싶었는데, 점점 그런 생각이 줄어들어요.

가장 큰 성과는, 내가 이 일이 재미있어 견딜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죠.

텔레비전보다 더 재미있어요. 늘 헤매고 미술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앞으로 나이가 들어 경험이 쌓일수록 더 잘하게 될 거라 믿어요.

예순 살은 넘어야 제대로 예술품의 마음도 헤아릴 것 같아요.

그 생각을 하면 나이를 먹는다는 게 아찔하게 섹시하지요."


-- 박정민, 미술품 감정가, 32세

***********************************


박정민 씨가 누군지 모른다. 만약 2005년 당시에 32살이었다면 지금은 적어도 44세쯤 되셨을 것이다.

10여 년 전, 이 글을 읽었을 때 "나이 먹는다는 게 아찔하게 섹시하다"라는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나도 되도록이면 '아찔하게 섹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의 나는 나이도 먹고 아찔하게 살도 쪘다.

땀 안 흘리는 기초운동(숨쉬기)을 해나가며 작업에 몰두하지만 내 작업이 아직 미치도록 재미있지는 않다. 보통 좋아하면 미치도록 재미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어제의 경우엔 작업을 하느라 4시간이나 앉아있었는데 결과물이 너무 두서없고 빈약해서 좌절을 겪었다. 집중도 안 되고 참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힘들었다. 창작의 고통이라 생각되기 보다 억울하게 곤장 맞는 아픔처럼 느껴졌다. 내가 왜 시키지도 않는 일을 자처해서 혼쭐이 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화도 안 나고 그냥 무력감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위의 글이 문득 떠올라 찾아봤다.


무려 30여 년의 장기적 앞날을 생각하고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는 게 다른 점이었을까?

성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그 분야에서 잘하게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 게 중요한 듯하다.


나는 내 작업과 취미를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 이렇게 간절하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데, 아닐 수 없다.

찾아왔던 무력함은, 빨리 성과를 얻고 싶어 했던 조급한 마음 때문에, 너무 간절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던 느낌이었으리라.







4


새해에는 많은 것을 계획하고 있다.

작업, 독서, 영어공부, 취미, 수강하는 강좌들... 이러한 것들을 소홀함 없이 열심히 하고 싶다.


몸이 바쁘다고 부지런하게 산 것은 아닌 것 같다.

올해에는 조절해가며 외출하고, 관리해가며 작업량과 질을 높여나가야겠다.


내 안에 정보와 감정과 경험이 쌓여간다고 생각하면 '아찔', '섹시'까지는 아니더라도 '뿌듯'하게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뿌듯하게 살아야지!







-----------------------------------------------------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면 시간이 없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일부터 먼저 하라.


-이어령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잘한 이야기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