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32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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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강 강좌 하나가 이번 달로 폐강된다고 해서, 남는 시간을 고려하여 다른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4명 이상 수강신청을 한다면 고급반 수업을 좀 더 연장할 수 있겠다고 하신다.


여느 때 같으면 일종의 관성으로 듣던 강좌이니 그냥 계속 들었을 텐데, 폐강 계획을 듣고 관성에 제동이 걸렸던 터라 그사이 수강 의지가 시큰둥해졌다.


거기에 때마침 다른 강좌에서 준비해야 할 물품이 있어서 구입 비용이 제법 필요했다.

강좌 하나를 안 듣는 대신 여윳돈이 되어버린 수강료로 그 물품을 사면 되겠거니.. 나름 요일, 시간, 비용 등등 많이 고려하고 일정을 조절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개강을 할 것이라니... 아쉬워서 갈등했지만 마음이 돌이켜지지는 않았다. 이미 다른 방법으로 공부할 계획을 세워버린지라.


아무래도 그 강좌 선생님과의 인연은 일단 여기까지인가 보다.

선생님이 참 재미있고 좋으셨는데..... 아쉽다.










2


나는 가끔 뭔가가 먹고 싶을 때 냉장고 문을 열고는 한다.

어떤 때에는 냉장고 안에 주전부리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을 열어보곤 한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놀리곤 하셨다. "또 냉장고에 뭐 있나 보냐~~"


아버지는 식후에 과일을 깎아드리면 좋아하신다. 그러나 당신 손으로는 깎지않으신다. 주로 어머니께서 깎아드리면 포크로 찍어 드신다.

그런데 어머니가 요즘 바쁘셔서 과일을 챙겨 드리지 않으시자 아버지는 나에게 딴지를 거셨다.


"너 냉장고 문 열 때마다 과일 깎아라."


"싫은데요."


"앞으로 냉장고 문 열 때마다 깎는 거야!"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안방으로 총총 돌아가셨다.




그 이후로 내가 냉장고 문을 열면 아버지는 "너 냉장고 문 열었으니까 사과 깎아라!"라고 하시곤 했다.

나는 내 컨디션에 따라 깎아드리거나 혹은 안 깎아드렸다.

아버지도 딱히 명령은 아니시고 그냥, 깎아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셨다.



그런데 가끔 아버지께서 내 방문을 열고 빠끔히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보신다.


"너 냉장고 문 안 열었지?"


내 방에 박혀있은지 3시간째였다. 냉장고 근처에도 안 갔다. 아버지께서도 그 사실을 알고 계셨다. 그냥 과일이 드시고 싶은 것이다.


"이러시면 곤란한데...."


나는 하던 일을 끝내고 웃겨서 끄흣끄흣 웃으며 사과를 깎아드렸다.


우리 아버지 귀여우시다.









3


아까 지인과 통화하는데 아버지께서 방문을 열고 말씀하신다.


"너 냉장고 문 안 열었어?"


통화 중이라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 열었어요!"


쪼끔 죄송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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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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