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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88 - 미백 치약 구입 후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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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을 샀다.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800ml쯤,

그리고 믹스커피 3봉지로 시원하게 400ml쯤을 마신다.

총 1L 넘게 마시는 셈이다.


그 1.2L를 원샷 하겠는가?

웹서핑하면서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

작업에 열두 하다가 다시 두 모금 마시고...

이런 식으로 마시다 보면 거의 4시간 동안 마시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치아에 착색이 되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다 마시고 난 후에는 맹물로 입안을 헹구라는 요령도 들었지만,

1.2L를 4시간에 걸쳐 마시다 보면 그 요령이 무의미해진다.

이미 3시간 58분까지 마신 커피는 다 착색이 될 만큼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 치아는 어느새 누런색이었다.

수년간 그렇게 매일 커피를 마시니 눈에 뜨일 만큼 변색이 된 것이다.

흡연을 의심받겠더라, 너무 누래서.

급하게 미백 치약을 알아봤고 구입했다.


기능성 치약이기 때문에 값이 비쌌다.

보통 치약의 5배가 되는 값을 치르고 구입했다.


일단 사용하니 효과가 있었다.

눈에 띄게 확 하얗게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흰빛이 돌아오고 있다.




2


이런저런 사정으로 내 유용 자금량의 변동이 있어서

예전만큼 마구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인데,

나로서는 노란 치아가 정말 싫어서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한 것이다.


가족들은 은근히 새로운 간식을 기대하시는데,

말했듯 자금량의 축소로 간식 재료를 사기도 버거워서,

서너 가지 종류의 간식만 구비해놓고 딱 끊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포카리나 콜라도 끊었다.


새벽에 활동하는 나는 허기가 질 때 밥을 먹으려 하지만

밥통은 비어있기 일쑤이고, 내가 먹을 만한 간식은 없는 터라,

어쩔 수 없이 라면이나 우유 정도로 허기를 해결한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여러 날이 계속 그러하니 화딱지가 난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생필품을 더 구매해야 했고

그러고 나니 간식 구입은 요원해졌다.




3


구입한 미백 치약을 3일쯤 사용하니 좀 더 희어진 것 같다.

더 다이내믹한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은,

그 와중에도 하루 4시간에 걸쳐 커피를 계속 마셨기 때문인 것 같다.

근소하게나마 치아는 하얘지고 있고,

그러나 나를 위한 간식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서

밤이면 거의 굶고...


치아만 하얗고 예쁘면 뭐 하나?

그 예쁘고 하얀 치아로 씹어 먹을 게 없는데!

심지어 집순이라서 하얀 미소는 가족들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는 거,

그럴 필요 없는데!

나는 그냥 있으면 예쁨 받아서 굳이 안 웃어도 되는데!

실질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은 미백 치약이 아니라

간식이라는 걸 알았지만, 막상 새벽 허기와 맞닥뜨리고 나니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그래도 만족하는 편이다.


나는 백의민족의 후예, 옷도 흰 티가 좋고, 치아도 흰빛이 좋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장식용 치아처럼 새하얗게 만들어서

붉은 김치, 노란 카레, 깜장 조림 같은 거와 거리를 두어,

의도치 않았지만, 이참에 식단 조절로 다이어트를 이룩해 보자꾸나,져니야!




4


앗싸! 몸이 가벼워질 생각을 하니...

아..ㅆㅏ...허기가... 찾아와... 기운이 빠졌다.


이대로 굶어죽어서 육신이 썩고 나면 치아도 하얗게,

백골도 하얗게 빛날 텐데....

이때라도 늦지 않았을까?

아직 미개봉 미백 치약은 환불될까? 비싼 거라...

환불받고 쪼꼬렛 주문할까 봐...

초콜릿도 치아 변색되던가?

그럼 치약 한 개는 남겨두고 환불할까?

안되겠구나... 묶음 배송이라.

나... 백골이라 어차피 못 먹나?


이유야 다 있겠지만,

민생회복 쿠폰으로 웹 쇼핑이 안된다는 게 너무 아쉽다.

나는 집순인데... 나가서 뭘 살 일이 거의 없는데.

근데 이렇게 된 거, 간식 사러 한 번 나가긴 해야겠다.

아우... 심신이 피로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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