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출했다가 지하철을 타고 집을 향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뭔가 먹어야 하겠기에
집 근처 피자 가게에 전화를 하기로 했다.
미리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해서
집으로 가기 전 거쳐가면서 받아 가려는 심산이었다.
문제는 지하철에서 통화하는 걸...
그냥 통화하는 것도 극도로 싫어해서,
보통 지인들과도 문자로 소통하는데,
이 피자집은 소규모 작은 가게라
딱히 배달업체를 두고 있지 않은 듯,
문자나 앱으로 주문할 수가 없었다.
지하철이 쿠쿵쿠쿵 움직일 때
지하철의 소음을 틈타서
전화를 걸면 내 목소리가
소음이 되지 않겠거니, 생각하고
얼른 전화를 걸었다.
2
피자 가게 사장님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재빨리 말했다.
"40분 뒤에 가게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도우 씬으로 고구마 피자 주문할게요."
...라고 수음이 잘 되도록 폰을 향해 입을 가리며
나름 또박또박 말했다.
큰일을 해결한 듯, 다 된 거겠거니,
앉은 자리에서 휴우~ 한숨 쉬고 있을 때
사장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안 들려요! 다시 한번....-
지하철 소음이 너무 크고,
소심한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 들리신 모양이다.
"씬으로 고구마 피자 주문할게요."
-네? 크러스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앉아있었는데 맞은편 좌석의 사람들의 시선이
흘깃 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당황했다.
도우가 얇을 걸 좋아해서 웬만하면
씬으로 주문하고 싶었다.
되도록 짧게 한 번 더 말했다.
"씬이요."
앞좌석 사람들이 대놓고 쳐다보기 시작했다.
-크러스트요?-
설명을 하자니 목소리를 키워서 길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이 난감했다.
뭐가 복잡하냐고?
말을 더 해야 하는 게 복잡하고 난감한 심정이었다.
나는 땀이 나고 있어서
더 이상의 설명을 포기하고 말았다.
"... 그렇게 해주세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최대한 숨듯이 말했지만
이미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주문이 완료되었으면 좋겠건만,
사장님은 말했다.
-무슨 피자라고 하셨죠?-
나는 수치심이 들었다.
원래 그 피자 이름은 '꿀 고구마 피자'였지만
나는 차마 '꿀'자는 못 붙이고 말했다.
"... 고구마 피자요..."
-네. 알겠습니다.-
'꿀'자 붙이면 너무 웃겨 보일 것 같아서
얼굴이 빨개질 것 같았다.
미리 주문을 하는 게 시간 효율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희귀하게도 지하철에서 주문을 넣었는데,
상황이 짧게 안 끝나고, 사람 목소리 없는
지하철 내부에서 나 혼자 목소리 내어 고구마 피자 시키는...
사람들의 시선과 주목은 다 끌어당기고...
너무 부끄러워서 나는 소리로 화해서
지하철 소음과 함께 널리 퍼지고 흩어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3
집에 도착한 나는,
잘 들고 온 '꿀'고구마 피자를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말 못 한... 지하철에서
소리 높여 "고구마 피자요."라고 말했던 게
너무 착잡한 심정이었고
그 여운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서....
8조각의 피자를 가족들이 2조각씩 드실 때,
나는 1조각만 먹었다.
다시는... 다시는 지하철에서 피자 주문 안 할 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