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긍지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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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사활동으로 방문하는 경로당의 회장 어르신은 여자분이시다.

재빠른 몸동작이 정정하심을 보여주시고 화통하신 목소리와 또렷한 어조, 빠른 말투가 명민하심을 보여주신다. 몇 마디만 나눠봐도 굉장히 말씀을 잘하신다는 것이 느껴지는 분이다.

어르신은 13남매 중 한 명이셨다고 한다. 어르신의 어머님은 결혼하신 직후부터 폐경이 오신 53세까지 계속 배가 불러계셨다고 하신다. 적어도 13년간은 임신 상태이셨던 것이리라. 여튼 아버님은 어머님과 자식들을 굉장히 사랑하셨다고 한다. 어르신은 젊을 적에 단 것을 그렇게나 좋아하셨단다. 어르신이 결혼하시는 날, 아침부터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식사를 챙겨 먹지 못한 그녀에게 아버님은 연시 5개를 가져와서 "단 것이니 실컷 먹어라"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결혼하면 먹고 싶은 거 제대로 챙겨 먹을 수나 있겠냐, 신혼방에 두고 꺼내 먹어라."라고 하시며 배 한 상자, 지금은 배 한 상자가 8개 들입이지만 그때의 한 상자에 들어있는 배는 개수가 굉장히 많았다, 그런 궤짝 한 상자를 보내주셨다고 한다. 추억 속의 어르신은 아버님께 사랑받고 귀염 받는 예쁜 딸이셨나 보더라. "아버님의 사랑이 대단하셨네요."라고 말씀드리자 어르신의 얼굴에 면면히 미소가 흐르며 "자식을 사랑하시니 아이를 열셋이나 낳으셨겠지."라고 하신다.


다른 여자 지인들 몇몇도 가끔 아버지께 사랑받은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뭐랄까 그러한 이야기들을 하는 그녀들의 얼굴에도 어르신에게서 보였던 그런 은은히 흐르는 미소가 있었다.


나도 아버지께 한 예쁨 받았던 딸로서 미소 짓는 그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 것인지 알고 있다. 막상 그런 표정을 짓는 타인의 얼굴을 관찰해본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한 번 자세히 살펴보고 어르신과 지인들의 얼굴에서 공통되는 무엇을 발견한 것 같다.


그녀들의 얼굴에는 어떤 빛나는 뭔가가 있었다. 뿌듯함이랄까, 기쁨이랄까.... 그게 뭘까 여러모로 생각해봤는데... 정확히 이거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내 보기에... 그것은 긍지였다. 아버지께 사랑받음으로써 '나는 사랑받을 만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이다.'라는 긍지와 자신감이 어린 딸들의 마음속에 어리는 것 같다.


차오르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서려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도 괜히 가슴이 뿌듯해졌다.










2


좋은 예술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을 남겨서 관객과 독자의 몫으로 돌리는 게 있어야 좋은 예술이라고 한다.


내 글과 그림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구석이 왕창왕창 많다.

그러므로 아마 내 작업물들은 좋은 예술을 넘어서는 걸작들로 평가되리라.


.....라고 생각하고 싶다.


독자의 몫을 너무 많이 남겨둬서 보다가 포기하게 하는 그런 작업물을 만들지는 말아야겠다.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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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사람 자신이 운명을

무겁게 짊어지기도 하고

가볍게 짊어지기도 할 뿐이다.

운명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약한 것이다.

내가 약하면 운명은 그만큼 무거워진다.

비겁한 자는 운명이란 갈퀴에 걸리고 만다.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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