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했어요?', '취미가 뭐예요?' 같은 가벼운 종류의 이야기를 물어보는 것은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하세요?', '남편분이 기뻐하셨어요?', '자녀는 말썽 안 부리고 건강해요?'같은 질문은 실례가 될 수 있다.
결혼했으니 당연히 남편분이 곁에 있겠거니, 자녀가 있겠거니 생각해서 별 문제 되는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답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 남편분의 반응을 물었는데 다른 말로 돌리시는 분이 계셔서 '대답 못할 질문을 했나 보다.'하는 자각에 얼른 다른 화제를 꺼냈는가 하면, 결혼 20년 차라고 하시기에 자녀의 안부를 물었다가 "아이가 없어요. 안생기더라구요."라는 답을 듣고 흠칫 놀라기도 했다.
가벼운 질문이라 할지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회피하고 싶은 어려운 물음일 수도 있다.
웬만하면 조심하려고 하는데, 나는 질문을 많이 하는 유형의 사람이라서 가끔씩 너무 파고드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악의 없이 하는 질문이고 정말 순수히 그때 그때 떠오르는 질문을 하는 것이라 상대도 대답을 잘 해주는 편이다. 그래도 실례는 범하지 말아야 해서 정말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내게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을 만났다.
문제는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한 정보는 꽁꽁 숨기면서 너무 나를 발가벗기듯이 물어본다는 것에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물어보는 것도 너무나 사적인 것들을, 나의 경제력, 부모님의 경제력, 가족 구성원의 직업들, 과거 이성관계에 대해 파고들며 물어본다. 정작 자신의 정보는 하루 일과 조차도 밝히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 직접적인 질문에 답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면 돌려서 묻는데 이런 식이다.
"혹시 져니 씨 집안 보고 접근한 남자 있었어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지인에게도 이런 질문을 하더라.
지인에게 직업을 물어보고 아버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보다가 결국 지인이 마땅찮게 대답하자 묻는다.
"혹시 OO 씨의 집안 보고 좋아한 남자가 있었어요?
지인은 선선히 대답했다.
"아버지가 한창 사업이 번창할 때.....(중략)..... 회계를 봐주는 회사의 어떤 남자가 지인을 통해....(중략)... 한 번 우연히 만났는데.....(중략)..... 나는 그 남자에 대해 마음도 없는데.... 어느 날 그 남자가 나한테,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우리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질문이 얼핏 가볍게 이성문제를 묻는 것 같다. 그간 그 사람의 질문의 성향과 질문의 핵심을 고려해보면 사실 그건 지인 집안의 재력 정도를 알고자 하는 질문이었다.
나쁜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감추면서 남의 정보만 알려고 하는 점, 그리고 그 관심사가 재력에 집중된 점으로 보아 고상한 질문은 아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비밀이 있다.
학생 시절, 어떤 어른이 "그 나이에 사귀는 친구가 거의 평생 친구다. 사회 나가서 친구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른이 된 요즘의 내가 그 말을 약간 공감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각기 자신의 크고 작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온전한 자신을 내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도 사람인지라 비밀이 있다. 그래서 아마 나도 다른 이들의 친구가 쉽게 되지 못하는 것이겠지.
여하튼 친구가 되기 위해선 상대와 대화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질문은 불가결하다.
게다가 나는 천성이 '말하는 자'이기보다 '질문하는 자'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민이다.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심정을 내보이게끔하는 질문을 하고 싶으나 그것이 어려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처음엔 호기심일지라도 그 후엔 진심이 담긴 관심으로 다가가는 질문을 하려 한다.
그리고 그 이전, 최초의 마음속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리라는 선의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그 이전 이전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
사람 앞에서 선량하고 진솔한 내가 되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