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18
1
전에 강좌를 한 번 빼먹었다.
강좌를 같이 듣는 박쌤은 내가 강좌를 빠지고 날밤을 새우면서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었다.
후에 넌지시 "혹시 공모전 작품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묻는다.
아니라고 솔직히 말씀드려도 "왜, 전에 그 작품들 내면 되잖아요?"라고 나를 떠보신다.
깜냥이 안되기에 "생각도 안 하고 있어요."라고 말씀드리면서 기분이 우울해졌다.
불규칙적인 작업이 힘들어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 출발하겠다고 시작한 작업들이지만.... 어렵기만 해서 마음이 힘들다.
2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서 가방을 내려놓을 때면 숨이 턱턱 찬다. 집까지 겨우 3층 계단을 올라왔을 뿐인데 심장이 벌떡벌떡 거린다. 헉헉대는 나를 보시며 어머니는 "큰일이다."하시며 한숨짓고는 그 뒤엔 '운동하라'라는 따가운 말씀을 계속하신다.
내 심장에 큰일이 나기 전에 어머니의 따가운 언성의 말씀 때문에 귀에서 피가 날것 같다.
하지만 정말 아무래도 이러다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것 같다.
3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재봉틀도 사고 싶고, 자전거도 사고 싶으며, DSLR 카메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신티크도 갖고 싶고 .....
원래 물건을 살 때 중고를 사본 적이 거의 없다.
무엇인가를 구입할 때는 거의 늘 새것으로 사서 오래도록 쓰는 게 습관화되어서 중고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중고 카페를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
'요즘 시세는 어떤가?', ' 혹여 미개봉 물품이 중고 가격으로 나오지는 않았나?'하고 말이다.
습관을 깨고 '확 중고를 사버려?'하고 생각하다가도 '그래봤자.'이다. 돈이 없다, 긴축재정상태.
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나는 중고사이트에서 그냥 시세만 익히고 있다.
4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약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로 약간의 소용돌이 같은 것이 내면에 생긴 것 같다.
5
수요일에는 첫눈이 내렸다.
내 내면은 소용돌이로 정신 사납고 번잡한데, 가볍고도 고요하게 내리는 눈을 보니 감정이 묘해졌다.
내면세계와 현실 세계의 중간지점에서 나는 큰 숨을 내뱉고 가만히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휘저어지던 마음이 조금 잔잔해지는 것 같았다.
6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잎들, 내리는 비.
그리고 흩뿌려지는 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연은 그냥 그 속으로 젖어들게 하는 마음 수양법이다.
올겨울에는 눈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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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은 기쁨의 행로의 일부다.
-사라 밴 브레스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