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속 얘기를 하기 시작한 멕시칸 동료들
입사한 지 5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4명의 같은 팀 멕시칸 동료들과도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이로써 서로 더 편하게 느끼며 소통이 잘되는 장점도 있지만
종종 나에겐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긴다.
지난 화요일 퇴근길 "나는 잘못된 나라에서 태어난 것 같아, 내가 받는 월급으로는 아무것도 못 해"라고 한 여자 멕시칸 동료가 나를 의식하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한국인 대졸 신입사원은 멕시칸보다 2배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인 것과 업무 강도를 감안했을 때, 나는 내 월급이 절대 많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너무 느린 인사 시스템과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5개월 동안 보너스를 하나도 챙겨주지 않는 회사의 태도를 경험한 이후에는 더욱...)
그런데 멕시칸 동료들이 저런 말을 할 때면 순간 '내가 많이 받는 건가?'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더불어 상사들이 '넌 한국인으로서 멕시칸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 또한 한몫한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청년들의 고민은 똑같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빨리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언제 집을 살 수 있을까', '언제 돈 모아서 결혼할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람마다 보고 자란 환경에 따라 그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멕시코에서 자란 동료들이 그들이 자라온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듯이, 나도 한국과 비교하여 나의 상황을 판단한다.
가끔 이런 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같은 불만을 내비치는 동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국 임금과 비교해서 많이 받는 게 아냐, 심지어 가족과 친구와 떨어져 홀로 스페인어를 쓰면서 생존하고 있고, 심지어 너네들이 받은 보너스도 못 받고 있다고"
그리고 조언한다.
"너 영어 할 줄 아니까, 한국어 배워서 한국 가!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할 줄 알면 한국에서 기회 엄청 많아! 돈도 여기보다 훨씬 많이 받을 수 있고!"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한국어는 어려워서 못 배울 것 같다고 말한다. 비록 그들에게 쉽게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이렇듯 요즘 나와 친해진 동료들이 서슴없이 저런 얘기를 꺼낼 때 마다,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베풀 수 있는 것은 베풀고, 내가 전달할 수 있는 생각이 있으면 전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