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 입덕 가이드
임윤찬
임영웅도 아니고 임윤찬에게 입덕할 줄이야.
2022년 6월 반클라이번 쿵쿨에서 18세란 나이로 우승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뉴스 말미에는 자사 방송프로그램인 <MBC TV예술무대>에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콩쿨 나가기 전 녹화한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공연 실황'을 방송한다고 전했는데, 왠지 봐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맨부커상 후보에 정보라 작가가 올랐다는 뉴스에 서점가서 <저주토끼>를 사오는 마음으로.
그렇게 대단한가?
저렇게 앳된 아이가 (내 딸만한 나이인데) 유명 콩쿨에서 입상을 했는데, 자신은 그냥 산 속에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는 도사님같은 우승소감을 남긴 것도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클래식은 1도 모르는 내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 뭔지도 모른채, 다만 임윤찬이라는 이 피아니스트의 정신세계랄까, 뭔가 느껴지는 아우라, 될성 부른 떡잎을 발견했다는 나의 안목을 확인하기 위해 밤 12시에 시작하는 정규방송을 시청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UgWtfRUmHY&t=21s
와...........................................................
피아노를 때려부술것만 같은 타건,
사력을 다해 흔들리는 머리칼과 어깨,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콧날에서 뚝뚝 떨어진다.
잡념(雜念)을 떠나서 오직 하나의 대상(對象)에만 정신(精神)을 집중(集中)하는 경지(境地). 이 경지(境地)에서 바른 지혜(智慧ㆍ知慧)를 얻고 대상(對象)을 올바르게 파악(把握)하게 된다.
삼매경에 빠진 임윤찬의 연주 모습은 나를 무아지경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나는 임윤찬 매직을 경험하게 된다.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은 피아니스트들도 전곡 연주를 힘들어하는 곡 중 하나라고 한다.
'연습곡(에뛰드)'이기 때문에 바이엘, 체르니 처럼 말그대로 연주자들이 피아노의 기교나 표현방식을 연습하기 위해 쓰여진 곡이지만, 리스트는 '연습곡이라면 이정도는 쳐줘야하지 않나?'라는 심정으로 다른 사람은 절대 칠 수 없을만큼의 연습곡을 만들었다.
15세때 작곡했다고 하니, 요즘으로치면 허세쩌는 중2의 객기라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어쨌든 초절기교 연습곡은 15세때 작곡한 후 리스트 자신도 점점 치기 어려워져 여러 번 수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 초절기교 연습곡을 마치 폭포수 아래에서 득음하는 소리꾼처럼,
부처님앞에서 108배를 올리는 이름모를 신자의 간절함처럼,
리스트의 음악속으로 자신을 완전히 밀어넣어 어떻게든 하나가 되려고 하는 몸부림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게 만든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잠깐잠깐의 포즈 사이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무심히 닦는 열여덟살 소년의 모습에 나는 그저 넋을 잃고 숨죽인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뒤로 내가 뭔가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영상을 본다.
이 아이는 이렇게 자기가 하고자하는 일은 꿋꿋이 가고 있다.
그리고 뭔가를 이루려고 한다.
작곡가가 그리고자 했던 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과거의 음악가들이 그랬듯 자신이 매개체가 되어 클래식이 영원히 사라지지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금을 울릴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란다.
마치 피아노를 하는 순간, 자기의 사명이 그것이었던 것처럼.
그런 소년의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에 어찌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최소한 대충 살지는 말자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임윤찬 입덕의 순간이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반클라이번 결승까지 그가 연주한 곡들을 모두 찾아보게 됐다.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22번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그리고..
대망의 결승 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한번도 들어본 적없는 클래식이 이렇게 좋은 거였어?
피아노 하나만으로 사람을 흥분시키고 감동을 줄 줄 아는 리스트,
명랑하고 발랄한 그렇지만 단순한 음계로 재미에 유머까지 표현할 줄 아는 모짜르트,
피아노로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베토벤,
애절함 그리움 환희와 절정으로 눈물흘리게 만드는 라흐마니노프.
이 모든 음악가들을 사랑하게 만든 임윤찬 매직.
그리고 연이은 해외공연실황을 유튜브로 접하며 임윤찬이 연주하는 클래식의 마법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살면서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몰랐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땡큐! 임윤찬 , 땡큐,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