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부장 리더십 3
내가 근무하는 회사 1층에는 외주 경비업체 소속의 보안 직원들이 상주해 있다. 대부분 20~40대의 젊은 직원들로, 아침 출근길에 밝고 힘찬 인사를 건네며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외모도 준수하고 인사성도 밝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사 하나만으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내가 ‘가장 친절한 보안 직원’이라 부르던 인물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8시경, 외근을 마치고 회사 차량을 반납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왔다. 우리 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저녁 8시 이후 지하주차장 셔터가 내려지기 때문에, 늦게 도착하는 경우 보안 직원의 도움을 받아 셔터를 열어야 한다. 1층 옥외 주차장도 있지만, 회사의 전용 주차 구역은 지하 2층이기에 그쪽에 주차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안내데스크엔 아무도 없었고, 근처 흡연장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여 다가가 보니 아침마다 친절한 인사를 건네던 바로 그 직원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상황을 설명하려는 찰나,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의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나를 째려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사정을 설명하고 셔터 개방을 요청하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1층에 대거나, 아니면 차를 가지고 퇴근하셨다가 내일 다시 가지고 오시면 안 되나요? 한 사람이 밥 먹으러 가서 지금 셔터 못 열어요.”
나는 별다른 말 없이 차를 가지고 그냥 집으로 퇴근했다. 더 요청할 수도 있었고, 1층에 주차해 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 지하로 옮겨도 됐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실망했기 때문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 직원의 대응은 놀라울 것 없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기분이 상했을까?
아마도 그에 대해 '언제나 밝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이 보이면 충격처럼 다가온다. 내가 만든 이미지에 맞춰 상대를 평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가 평소 짝다리를 짚고 담배 피우며 무표정하게 일했다면, 그날의 반응은 그저 일상처럼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과잉은 오히려 리스크다
이 경험은 영업을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객에게 늘 밝고, 긍정적이고, ‘아프리카에 난로를 팔 수 있을 것 같은’ 적극적인 태도로 다가가는 사람은 이미 좋은 이미지의 과잉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상태에서는 고객이 평소에 느끼던 모습과 조금만 달라도, 실망은 배가된다. 관계가 위태로워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다음은 내가 현장에서 겪은,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들이다.
한 번은 핸드폰이 없어져서 동료 A의 휴대폰을 빌려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 화면에 뜬 내 이름 세 글자.
근데 평소엔 늘 “OOO 부장님”이라고 깍듯하게 부르던 평소 모습과 다른 핸드폰에 저장된 내 이름 세글자는 참으로 차갑게 느껴졌다.
거래처 A씨는 참 친절한 사람이다.
한 번은 그와 함께 가라오케를 가게 됐는데, 업무때 만났던 모습과는 달리 회식 자리에서는 직원들에게 반말을 하는 등 거친 말투를 쏟아냈다.
언젠가 내가 힘이 빠지면 나에게도 저러지 않을까? 생각하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실망 하나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영업은 결국 사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일이지만, 그 신뢰는 ‘성실함’이나 ‘실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관성, 즉 "앞에서 본 그 사람의 모습이, 뒤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에서 진짜 신뢰가 생긴다.
고객은 생각보다 많은 장면에서 우리를 지켜본다.
작은 실망 하나가 관계를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작은 일관성 하나가 평생 고객을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