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로 살기_머리말
이 글은 나이듦을 질문한다. 나이 든 사람의 인생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아름답고 행복한 시니어의 인생에 대한 시니어의 성찰을 담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은 어느 정도는 지혜롭다. 청년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 생각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만큼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듯하다.
지혜는 좋은 것을 얻는 측면과 나쁜 것을 피하는 측면과 관련 있다. 쾌락이라 말해도 좋다. 행복하거나 고통스럽거나 경험의 품질이 중요하지 않은가?
나이 든 사람은 많이 경험했다. 무엇이 행복을 더해주고 무엇이 고통을 주는가를. 획득과 상실, 유쾌함과 불쾌함 등. 그래서 어느 정도는 지혜를 얻은 것이다. 사람마다 그 대가는 매우 다르지만 말이다. 이제야 벤담의 공리주의가 이해가 된다. 행복의 총량과 고통의 총량을 저울질해서 행복이 크다면 좋다는 주장은 인생 경험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만 얻을 수는 없다.
돌이켜보면 고통의 총량이 내게는 더 큰 것 같다. 다행스러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의 총량이 줄어들면서 행복하지 않았던 경험이 가물가물해지는 점이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에게 큰 상실이나 불쾌한 고통은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어쨌든 지난 일이야라고 자조할 수 있는 여백이 마음에 있다. 그래서 "이 또한 지나갈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시니어 세대에 속하는 사람이다. 50을 넘어선 지가 5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신없이 인생을 살지는 않았다. 그래서 문득 살아보니 인생이 이렇네 라고 말하기는 싫다. 그런데 시니어 문턱을 넘어서면서 젊은 시절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하는 경험을 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다.
인생은 늘 새롭고 행복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인생에 대한 기대와 관련이 있다. 시니어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나이 든 사람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할 수 없는가? 할 수 있다고 해도 제약이 있는가?
나이에 맞는 인생에 대한 생각이 있지 않을까? 청년기와 노년기는 분명히 다른데, 노년기는 이제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인가?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는가?
나는 많은 경험을 하고 걸어온 인생의 경로에 문득 공허감을 느낀다. 이 생각은 자연스러운 생각인가? 나이듦에 대한 자각이 인생의 마무리에 대한 은근한 불안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시니어는 어떤 인생의 시기에 있는 것일까?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할 수 있는 나이에 들어선 것 아닐까? 이것은 온전한 삶을 기대할 수 있는 인생의 단계라는 의미가 아닐까?
곧 죽음이 가까운 노년의 삶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인생의 끝이라는 허망함을 느끼지는 않지만 이제는 삶에 대한 큰 기대보다는 평온함을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런 질문을 하면서 시니어에게는 인생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주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의 시기마다 길이 있다. 그 길은 인생에 대한 어떤 기대를 담고 있다. 기대는 시기마다 다르다. 청년은 그 앞에 주어진 길 중에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어떤 길을 선택하는 입장이었다면, 시니어는 반추와 기대가 섞여 있다.
시니어는 청년과는 다른 인생의 시기에 있다. 삶의 조건이 다르다. 시니어는 과거에 걸어온 길이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구속한다. 이 구속에서 이어지는 길은 마음에 들 수도 있고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혹은 계속 만족하는 삶을 살아왔다면 그대로 과거의 연장으로 어떠한 기대도 없이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인생 경로에도 삶은 행복하고 충만해야 하는데, 시니어로서 이런 삶에 대한 기대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남은 인생을 대해야 할까?
나는 인생을 진정으로 성찰하고,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해 새로운 조망과 기대를 하는 시기가 시니어라는 생각을 한다. 그간 어느 정도 삶을 경험하고 배워왔고, 사람들과 관계했고 또 관계를 상실한 인생경로를 거쳐 현재에 도달했고, 앞으로 인생의 출구에 다다르는 인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행복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시니어의 삶에 대해 조망하고 삶에 대한 나의 기대를 정하고 싶다.
시니어로 살기는 그 기대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한 마음속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본질적으로 유한하다. 다만 행운이 있다면 미래의 역사책이나 후손들의 기억에서나마 잠깐 살아있겠지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서 나의 삶,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그래도 인생을 생각하고 기대에 부풀어본다. 희망과 열정은 삶을 구성하는 원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