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한참 확산하던 시기, 2022년 2월에 우리 가족도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사람마다 증세가 다르다고 하고 너무 걱정할 것이 없다고 듣긴 했지만, 막상 닥쳐오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학원에서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그 때, 정말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애가 심하게 아프면 어떡하지? 그리고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회사 일은 어떻게 하지? 등등.
우선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Y야, 우리도 드디어 당첨되었다! 엄마 아빠도 회사 안 나가도 되고 Y도 학교랑 학원 쉬고. 우리 그동안 집에서 못 놀았던 것 실컷 하고 놀자!”
아이도 기뻐하는 눈빛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왜냐하면 그날 저녁 아이의 체온이 거의 40도까지 올라갔거든요. 병원에선 코로나 환자는 받아주지 못한다고 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민간요법으로 계속, 밤새, 열을 잡으려 애 썼습니다. 갓난 아기 때 말 못하는 아기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어느 부모가 안 그럴까요?
하여튼 며칠 시간 차를 두고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고, 다행히 다른 가족들은 첫 아이만큼 고생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격리 해제가 된 후에… 밖의 식당에 가건 놀러 가건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는 장점을 만끽하기 위해 찜질방에 갔습니다. 그 큰 찜질방에서 우리 가족이 전세 내고 노는 즐거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코로나 걸린 후 나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지요.
그 때 Y가 내게 말하길
“엄마, 내가 코로나 걸려 와서 좋지?”
아… 아이는 처음 코로나에 걸렸을 때, 자기 잘못으로 코로나에 걸렸고 가족에게 옮겼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그 때 우리가 '큰일났다', '어떻게 하냐'와 같은 말이나 행동을 했다면 아이는 얼마나 더 괴로워했을까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 이를 깨닫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코로나에 걸린 초기엔 단순히 안심시키려고 했던 말이었는데, 이를 받아들인 아이 입장에선 더 크게 와 닿았나 봅니다. 무심결에 하는 말이라도 더 조심하고 좋은 말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그 때의 나를 정말 칭찬하고 싶습니다.
- 코로나 걸린 선배 이야기, 각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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