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3년을 돌아보자.
23년은 22년에 비해 유독 기록을 많이 하게 된 해이다.
회고와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건 22년 4월부터인데 그때는 기록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시기이다. 매번 다른 형식으로 같은 주제의 노트를 써왔으며 또한 어떻게 분류해서 정리해야 될지 매번 고민했다.
꾸준히 해온 결과 23년부터는 기록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나름의 체계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기록을 차근차근히 하다 보니 분류도 한결 쉬워졌고 그나마 어떤 형식으로 작성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 봐야겠지만 이에 따라 겪은 경험과 목표설정이 한결 명확해진 한 해였다.
23년을 시작하면서 계획했던 목표 중 하나는 “대외활동”이다. 대외활동을 통해서 명확하게 얻고자 한 목표는 딱히 정해두진 않았다. 대외활동을 목표로 설정한 이유는 이때 당시 다니던 회사가 소규모였는데 다른 회사의 개발자 분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첫 대외활동은 “글또”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글또”는 글쓰기 습관형성을 목적으로 하며 2주에 한 번씩 글을 쓰고 상호 피드백을 해주는 글쓰기 모임이다. 글또 내에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러 모임도 존재한다.
글또에서는 “글쓰기” 습관형성보다 다른 회사의 개발자분들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계시는지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개발자”이기 때문에 “개발”을 잘하자라는 가치관보다 “직업인”으로서 ‘업’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고 비슷한 연배의 훌륭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것이 “세상은 넓구나”를 몸소 체험하게 된 계기였다.
2월쯤에 들어서 “나는 어떻게 ooo이 되었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자리에 자원해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발표를 하기도 했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오는 동안 발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자원해서 발표를 하려고 했던 목적은 내가 지금 “업”으로 삼고 있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이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동안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를 정리하면서 그때 당시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 보면 상당히 소중한 경험을 여럿 했구나라는 감상이 들었다. 딱히 경진대회에 나가 상을 탄다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기보다는 스스로 재밌을 것 같은 주제를 선정하고 도전한 경험이 많았는데 이를 발표에 담기에는 너무 과도했고 덜어낼 걸 덜어내다 보니 많이 축소되었다.
발표를 끝내고 보니 뭔가 전달력 부분에서 많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정리해 보는 시간을 다시 가져봐야겠다.
“메모어”는 23년 후반기인 9월 ~ 11월에 참여했던 주간회고를 목적으로 생각을 나누는 커뮤니티이다. 다른 분들은 회고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회고를 공유한다는 주제가 독특해서 참여하게 됐다. 주간회고를 하게 되면서 일주일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에너지가 고갈돼서 거의 활력이 없다시피 보내던 중이었는데 주간 회고를 작성하면서 이번 주에 했던 일과 다음 주에 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있으면 그래도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찾아오는 짜증과 귀찮음을 탈피할 수 있었다.
메모 어는 보증금이 있는 모임인데 후반기 들어 꾸준한 수입이 사라져서 계속 참여하기 어려웠다. 여건이 안정적이게 되면 다시 고려해야겠다.
23년에도 경험한 것, 배운 것, 회고 등을 티스토리에 꾸준히 올렸다. 짧은 글이라도 일단은 기록해 놓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어서 작성한 글만 세어보면 꽤 많다. 짧은 글임에도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은 1 ~ 2 시간 정도다. 2~3일에 걸쳐 글 하나를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목차로 구성된 글을 작성해 보는 것을 앞으로의 목표로 둬야겠다.
3월쯤에 “카카오 브런치”의 작가 승인이 되었다. 이후로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간간이 올렸다. 티스토리에는 개발에 관련된 고민과 해결방법을 위주로 올리고 브런치에는 일상적인 고민과 개인 생각을 정리해서 올리는 것을 목표로 뒀지만 정작 브런치에는 많은 글을 쓰지 못했다.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많이 어려워지다 보니 무념무상하게 되어 글감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인 듯싶다.
브런치북을 하나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는데 23년 12월 회고록을 작성하면 23년 회고록을 브런치북으로 만들 생각이고 이게 첫 번째 브런치 북이 될 듯싶다.
23년에는 월세에서 전세로의 이사를 감행했다. 막연히 “전세로 살면 조금 더 넓은 집에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심정과 “월세보다는 고정비가 줄어들겠지”라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전세를 알아보던 도중에 전세사기 이슈가 급부상했다.
그러한 판국에 전세 이사를 하려다 보니 토지대장이랑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과 같은 서류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이 가능한지까지를 따져봤는데 이사를 선택할 수 있는 집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또한 임금이 밀리던 상황에서 전세대출은 나올 수 있는지도 내심 걱정이었다.
전세 대출을 받으러 은행 영업점에 방문했을 때는 작년 기준으로 갑종근로소득세를 확인했기 때문에 행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결론적으로 지하철역에서 멀긴 하지만 월세보다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전세 대출을 받는 과정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전세 대출이 가능한지 그리고 보증보험에 가입이 가능한지 알아보러 영업점에 방문했는데 왜 계약이 완료된 서류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창구 직원 말로는 그 서류가 있어야 해당 부분이 가능한지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전세대출과 보증보험이 가능한지 가계약을 걸어놓고 하는 것이라 나중에 그 부분들이 안된다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라 너무 답답하기도 했다.
일단 창구직원 말대로 진행하기는 했지만 결국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집이었고 결국 금감원에 민원까지 넣어서 받은 피해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사실 이직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적당히 이직을 해도 괜찮을 시점이지만 딱히 회사에 대한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임금이 4개월 정도 밀리고 경제적인 타격을 서서히 체감하게 되면서 생존을 필요로 했기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든 회사든 사정이 잘 마무리된 상태에서 미련 없이 떠나는 게 좋은 그림일 듯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러 차례 프로젝트 경험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 뒀던 프로젝트도 다시 보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언제나 평소에 경험한 걸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된다.
10월쯤 들어서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hola에 구인글을 보고 개발해보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은 것을 선택했다. 팀 단위로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이며 플랫폼별로 크롤링 모듈을 만들어 데이터를 적재시키는 작업을 처리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크롤링이라 그런지 예전에 만들었던 크롤링 방식을 상기시키며 적응해 나갔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PO가 창업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기 때문에 어찌 됐던 24년에는 실 사용자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티스토리나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는 것 외에 글쓰기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도중 떠올린 방법의 일환으로 외부 플랫폼에 내가 쓴 글을 기고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그러나 막상 글을 기고한다 해도 어디에 어떻게 기고를 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평소 한 번씩 찾아보던 devocean에서 외부 기고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고한 글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은 인사이트였던 LangChain을 통해 크롤링을 할 수 있는 간단한 데모와 이에 대해 후술 한 내용이다. 티스토리나 브런치에 글을 작성한 것과 달리 특정 대상을 목표로 글을 작성하고 기고를 했다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이후로도 여러 차례 글을 쓰긴 했지만 실제 기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돌아보면 23년에는 꽤나 많은 책을 구매했지만 완독 한 책은 거의 없는 듯싶다. 책을 중간까지 읽고 나면 그 뒤로는 내용이 어려워 포기하게 되던지 아니면 다음에 읽으면 되지 하면서 으레 넘겨버리는 습관으로 책을 건성건성 읽은 듯싶다. 그러는 와중에도 기억나는 책을 하나 꼽자면 “거인의 노트”이다.
노션에 항상 뭔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록대비 효과를 본 것을 따져보니 그렇게 체감이 크지 않았다. 내 기록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 때쯤 아무 생각 없이 들른 신림의 알라딘에서 “거인의 노트”를 발견했다. 앞서 언급했듯 책을 중간정도 읽다 보면 “다음에 읽어야지”하면서 그 뒤로는 안 읽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문제없이 한 번에 쭉 읽었다. 책에서는 기록을 통해 발전하는 방법에 대해 추가적인 조언도 많이 들어있는데 막상 그 내용을 다 실제로 옮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은 23년에 구매한 책의 목록이다.
프로그래머의 뇌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엔지니어가 알아야 할 금융 시스템의 지식과 기술
개발자에 아키텍트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개발 7년 차 매니저 1일 차
Real MySQL 8.0
단위테스트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웹 엔지니어가 알아야 할 인프라의 기본
거인의 노트
개발자로 살아남기
23년에도 여러 삽질을 통해 새로운 성취를 쌓을 수 있었다. 핵심적인 부분만 짚어보자면 프로젝트를 구조적인 관점에서 더 고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테스트 코드를 적용해서 커버리지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해보기도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만의 관점으로 구조를 설계해 보고 개발도 해보았다.
0~1년 차일 때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잘 알려진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나중에 다른 회사에 가서도 개발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 자체는 금방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잘 잡는 설계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사다난했던 23년은 개인의 열의로 인해 채울 수 있는 부분은 채워나갔으며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고민과 걱정이 큰 1년이었다. 그만큼 필요한 경험들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반드시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24년이 찾아오고 있다. 방향을 정하고 계속 앞으로 내질러야 하는 시기라 생각하기에 다음 연도는 23년보다 더 진득하게 습득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기회들이 있었으면 한다.
물론 기회는 만들기 나름이겠지만..
구체적인 목표는 24년 1월이 되었을 때 세워보도록 해야겠다.
23년의 나와 힘들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주시며 힘이 되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23년 회고록을 이만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