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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Apr 15. 2021

4월, 바람의 기억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팽목항 세월호 노란 꽃들은 바람의 기억을 애도했다

 

처연하게 서걱대는 바람의 속삭임은

꽃에서 꽃으로 울려 퍼졌다

 

나무 가지들 바람의 신음소리 터트렸다

꽃 잎 한 장 한 장, 울음이 얼루룽얼루룽

세월호 선체 바닥을 긁으며 울부짖던

갯벌 매립지 수런거리며 떠돌던

삶을 후벼 파는 바람의 속삭임

 

꽃눈물 선연히 무늬가 번졌다

바다의 심연에 닿았던 영혼의 꽃들

4월이 되면 바람의 기억으로 피어났다

바닷물 차오르는 기억들

 

며칠 밤낮을 바다를 빠져나오지 못할 때,

홀딱 젖은 바람은 온몸으로 주문을 걸었

“제발 살아라, 제발 살아라” 간절했지만

구조 잠수사 숨소리만 휘청거렸다

생색내며 나부끼는 플래카드 찢어 놓았지만

캄캄한 어둠에 파묻힌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었다

 

아이 묻을 곳 찾을 수 없던 부모님들

세상 모든 것을 아이들의 새벽과 밤에 젖어 흘러갔다

물에 가라앉았던 가방, 운동화, 소지품의 물소리들

말려주고  너를 보냈다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불러 바람에 띄웠다

 한 맺힌 숨소리 바람 되어 아이들 곁에 머물렀다

 

자락자락 햇살이 간지럽히면

꽃잎날개 숨이 트인다

바람의 기억도 나빌레라

꽃의 기억도 나빌레라

 

꽃들은 먼 그리움으로 흐드러진다

생채기들이 키워낸 얼굴

자신의 뿌리대로 새살 돋는 꽃들

하늘을 향해 찬란하게 고개 든다

 

무심한 황사가 덮쳐와 푸석푸석한 눈물로

마른기침을 내뱉을 때

아이들이 물었다

이거 무슨 꽃이야?

우리는 4월, 꽃들의 기억을 불러주고 있다

우리는 4월, 바람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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