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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Sep 13. 2021

독서력, 미래를 열어가는 힘

씨앗1. 독서력



“엉?” 큰아이가 눈을 말똥거리며 물었습니다.

“꽃이네. 우와 예쁘네. 빨간 꽃도 있고 노란 꽃도 있네. 햇볕도 친구하고 비도 친구 하면서 쑥쑥 크고 있네.”

큰아이는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궁금한 것을 향하여,

“엉?”이라고 물었다. 호기심 어린 눈을 땡그랗게 뜨며, 무언가를 가리키며,

“엉?" 다양한 높낮이의 소리를 냈습니다.

하루 종일 그렇게 질문을 하면 나는 푹하니 언어 샤워를 했습니다.

  밖에 나가면 들어올 생각을 안 했습니다. 집에 가자고 하면 얼른 다른 뭔가를 가리키며 지치지도 않고 엉? 소리를 냈습니다.

가끔씩 힘들고 지칠 때면 혼자서 나도 모르게 웅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미치겠다. 엉,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놈의 엉?”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도,

아이가 엄마에게 엉? 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표정이 바뀌어 아이에게 방긋대며,

 “맛있는 사과네”라는 식으로 응답했습니다.


밖에 나갈 땐, 먹거리나 기저귀를 챙겨서 나갔습니다. 금방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아이가 싫어해서 아파트가 무너질 듯 울어댔기 때문이었습니다. 낮잠도 없어서 정신없이 뒤를 따라다니다 보면 항상 내가 먼저 지쳤습니다. 어딘가에 주저앉아 벅찬 숨을 내쉬는 나를 쫓아 와서는 아이가 "엉?"하고 초롱초롱 눈을 굴렸습니다.


"그래, 엄마가 힘들어서 쉬고 있었어요. 너는 기저귀 차고 어쩜 그렇게 빨리 가니? 이제 집에 가서 맛있는 것 먹을까요?" 그렇게 웃음을 흘리면서 묻기도 했습니다. 특히 둘째를 갖게 되었을 때는 다리나 발이 아파, 신발을 벗고 아파트 안을 휘젓고 다녔을 때도 있었습니다. 발이 부어 올라 신발을 들고 아파트를 들어서면 큰아이는 그것이 재미있었는지 신나게 따라 했습니다. 먼지 투성인 발로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미안해서 사람들이 없을 때를 엿보고 잽싸게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스릴 있게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민망스러워 아이와 키득거렸습니다. 사람들 몰래 맨발로 엘리베이터 타기에 성공했다는 쾌감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아이와 함께 웃곤 했습니다.


 큰아이의 첫 번째 책은 <사과가 쿵!>이었습니다. 젖병을 잡던 손으로 이 책을 매만지며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큰아이는 이 책을 백 번도 넘게 보았습니다. 책장에 꽂아두면 어느새 그 책을 빼와서 읽어 달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바쁠 때는 혼자서 뭔가를 흉내 내며, 몸짓을 했습니다. 일인 동물극이었습니다. 그리고 베어 먹어서 양쪽이 초승달 모양처럼 점점 작아지는 사과그림을 수십 장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엉? 엉? 엉?”라고 말하면 상황에 따라 나는 여러 가지로 해석을 했습니다.

아이의 이 한마디가 나의 일생을 얼마나 바꿔 놓을지를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모든 궁금한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했습니다. 그런 아이를 쫓아다녀야만 했던 엄마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가끔 사과가 쿵! 하듯, 가슴도 쿵! 하며 좌충우돌 아이의 호기심을 숨 가쁘게 따라다녔습니다. 그러자 책세상이 일상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왔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 누가 나올까?

아이들은 이 말을 들음과 동시에 귀를 쫑긋거렸고,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하며, 책에 시선을 모았습니다. 책 표지 이미지를 마음대로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제목만 보고 벌써부터 종알댔습니다. 아이들은 책 속에서 자유로웠습니다. 마음대로 상상하고, 새로운 세상을 엿보았습니다. 그렇게 책 숲에서 생각나무 사랑나무를 키워 나갔습니다.

유치원을 다닐 때는 벽면에 책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마다 책나무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스티커가 일정 높이에 다다르면 보상이 되는 독서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책 속에 풍덩! 빠질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독후화도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길고 짧은 직선 몇 개 그어 놓고 독후화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삐뚤어진 선을 몇 개 그려놓고 대단한 그림을 그린 것처럼 쫑알쫑알 얘기했습니다.

“엄마! 이것은 로봇 발사하는 거예요. "

"오! 엄마는 생쥐 꼬리인 줄 알았네"

"맞아요. 한 개는 생쥐 꼬리여서 로봇 발사한 것을 피해 도망가고 있는 거예요. 이 굵은 선은 얼룩말 선이에요. 얼룩말 선은 호랑이 선보다 더 굵대요. 숨기 좋은 무늬선 …” 하면서 이야기를 쏟아 놓았습니다.

점점 선의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선에다 자기만의 이름도 붙였습니다. 언덕선, 점선 , 지그재그선, 돼지 꼬리선, 뾰족 선, 파도선, 번개선, 제트선…

색깔을 넣으면서 상상의 범위도 넓혀져 갔습니다. 점점 다양한 독후활동을 했습니다. 동화 릴레이, 동화 주인공 놀이판 만들기, 독서 주제가, 동화마을을 그리기를 해서 책 속 대사도 따라 했습니다. 찰흙 놀이나 각종 블록놀이도 동화 주인공들을 위한 무대였습니다. 주인공을 프린팅 하여, 나무젓가락 끝에 붙여서 역할 놀이를 즐겼습니다. 아이들은 책 속 주인공들에게 상장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독서생활 속에서, 이름 없는 돌멩이나, 외면했던 자연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상이 그렇고 그렇다는 티끌의 눈으로 덧씌워져 있던 엄마를 바꿔놓았습니다.


나중에는 많은 소그룹과 함께 독서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선생님으로 거듭나게 습니다.

책 속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갈등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고 풀어지는 지를 얘기 했습니다. 책 속 주인공들의 맺힌 마음이 풀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맺힌 마음이 풀리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억눌린 마음이 풀어지면서 책이 좋아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스토리 속에서 공감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책 숲에서 생각나무 사랑나무를 키워 나갔습니다.

다양한 독후활동을 했습니다. 책 속 주인공들에게 편지 쓰기, 만화 그리기, 독서퀴즈 만들기, 독서신문, 주인공 인터뷰해보기, 책 소개하기, 책 광고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점차 책 읽기와 체험활동을 연결했습니다. 주로 도서관 나들이 체험이 가장 많았습니다. 도서관은 책과 관련된 행사가 많았습니다. 동화 책갈피, 배지 만들기, 곤충체험, 슬라이드 관람, 나만의 책 만들기, 영화감상, 캐릭터 만들기, 자연염색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된 책을 체험 전후로 읽어 가며 경험을 확대시켰습니다. 나중에는 박물관이나 유적지도 다녔습니다. 주말농장이나 환경체험, 갯벌체험, 작가와의 만남은 독서를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하여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책은 ‘내 안에 있는 다른 나’에게 더욱 가까이 가게 하는 친구였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였습니다.

 

현재의 교육은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정보를 활용하는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서교육도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생활습관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습관이야말로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를 길러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을 아이들의 경험으로 내면화시키는 과정을 독후활동으로 연결시켜 보기도 했습니다. 단지 책 읽기로 끝나는 것과 책 읽고 난 후에 독후활동으로 연결시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말로는 부족했습니다.  자신의 흥미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개성 있는 독서활동으로 그 책의 기억이나, 주제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게 쌓여갔습니다. 관련 없는 책을 읽으면서도 자신의 관심이나 흥미의 확대가 이뤄지는 주도적인 독서활동이 되었습니다. 나아가서는 책을 선별하는 능력,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경험, 그런 것들이 생활 속에 다양하게 펼쳐져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해 나갔습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아이의 독서력은 평생의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상상력, 자기 표현력, 사고 판단력, 문제 해결력. 더불어 가치관 형성을 위한 감상능력 향상, 토론을 통한 비판적 사고력, 인격을 형성하는 내면화의 경험 과정은 결정적 순간에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생의 과제는 끊임없는 ‘자기 성장’을 요구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책은 좋은 친구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삶의 폭을 넓혀 주었습니다. 자기 성찰을 통해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했습니다. 급변하는 미래는 새로운 배움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 세상입니다. 독서는 자신의 내면을 채워가며 제대로 생각을 넓히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합니다.

아이들의 독서력은 미래를 열어가는 힘입니다.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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