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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Nov 09. 2020

액운의 감정은 털어내고,  행운을 불러일으켜

    - <똥떡>을 읽고/우리 풍습 독서 캘린더를 만들기

<똥떡>은 국시 꼬랑이 출판사의 유명한 책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민간 풍습이었던 똥떡 귀신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동서양 아이들 그림책에 똥 이야기는 단골손님이긴 하다. 뭔가를 배설해내는 감정적, 육체적 배설이기 때문인가 보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 풍습의 가치와 그 의도를 알게 하여 우리 조상이 얼마나 지혜로왔는지, 그리고 우리의 전통 풍습이 왜 소중한 지를 알게 한다. 자연변화에 맞춰 소소한 생활 풍속으로 액운의 감정은 털어내고, 행운을 불러일으킨다. 서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과 음식으로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풀어냈던 것이다.

 

나 어렸을 적에 엄마한테 이렇게 물었다.

 “엄마! 액운이 뭐예요?”

 “나쁜 운을 몰고 오는 구름이재”

그럼 크로버 모양의 뭉게구름 같은 것은 행운을 몰고 와요?”

“그럴지도.. 그런데 평소에 복을 심어야 복이 굴러 들어오재~”

엄마! 그럼 복은 어떻게 심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착한 행동을 하는 거라. 배려하고 칭찬하고, 인사도 잘하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복으로 다~돌아온대이. 글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다녀야지 웃을 일도 많으니, 친구도 잘 사귀어야 복이 굴러 오겄재?”

그 이후로 뭉게구름만 보면 꼭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되곤 했다.

그래서 뭉게구름을 보면 주변 사람들 의식하지도 않고,

어! 뭉게구름이닷!” 소리 내서 구름을 가리키기도 했다.

 

 농사짓기의 생활 노동 속에서도 생기를 북돋고, 활력을 주는 여러 세시풍속들은 뜻밖에도 지금까지 우리의 생활의 이벤트로 남아 있다. 새해맞이 풍습인 ‘해지킴’을 시작으로, 1월은 떡국 먹기, 연날리기, 널뛰기, 윷놀이 같은 것을 했다. ‘까치까치설날은’ 노래를 부르며 길조를 만나기 위해 까치를 찾아다니곤 했다. 대보름 전후에는 액막이로 대문 앞에 한자로 용(龍)나 호(虎)를 써 붙이기도 했다. 꽃이 피는 삼월에는 꽃놀이, 화전놀이로 진달래꽃 같은 것을 꽃뭉치로 묶었던 기억이 났다. 마당에서 진달래 전을 얻어먹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버드나무 같은 것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는 버들피리를 부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본 적도 있었다.  대보름에는 오곡밥을 해 먹었으며, 부럼을 깬다고 호두 땅콩을 먹으며,

몸이 편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생기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했다.

특히 복쌈을 위해, 김에 오곡밥을 먹었는데, 첫 숟가락은 꼭 싸 먹으라고 밥상 잔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어릴 적 오곡밥은 삼키기 힘들어 오래 씹었는데, 그래서인지 오래 씹으면서 오곡오곡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알고 보면 세시풍속에 너무나 재미있는 추억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복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기 위해 동네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닭을 잡는 것을 봤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목을 비트는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닭고기를 먹지 못했고, 대신에 수박이나 핥곤 했다. 그래서 나에게 ‘수박 겉핥기’라는 말이 ‘닭 대신에 다른 것이라도 먹을 수밖에’로 들려서 왠지 나를 몸서리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겉핥기’라는 단어는 닭을 죽이는 장면이 떠오르게 해 조금은 거부감을 갖게 되었다. 단어가 연상시키는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경험했다.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던 기억이 난다. 고사리손으로 송편소를 넣고 새어 나오지 않도록 꼭꼭 봉합하며 힘을 주어 손자국을 내었기에, 내가 만든 것하고 엄마가 만든 것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불균형스러운 것은 여지없이 내가 만든 송편이었다. 그래도 찜기에서 나온 윤기 좌르르 한 송편 맛은 정말 맛있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끓여 먹었다. 지금도 겨울만 되면 팥죽집을 찾아가는 것은 어릴 적에 해 먹었던 팥죽 때문이다. 팥죽 속에 새알을 새던 어린 마음, 설탕을 마구 넣어 달콤했던 향과 어우러져 빙그레한 웃음, 조물조물 둥글리며 새알을 굴렸던 촉감, 그리고 액운을 물리친다고 믿고 몇 그릇을 먹어도 ‘잘한다 잘한다’로 응원해주던 할머니들의 응원이 담겨 있는 음식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 점심 때는 팥이 많이 들어간 단호박죽을 주로 먹었다. 위병과 당뇨병을 달래주던 영혼의 음식(솔푸드)이 된 것도 팥을 좋아해서이다.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우리네가 예전에 ‘전설의 고향’을 이불 뒤집어쓰고서 끝까지 다 본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똥 이야기가 나오면 숨 넘어갈 듯 웃어대며 재미있어한다. 그러니 냠냠이들에게 이 책의 반응이 어떨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가? 한 번 맛 들인 아이들은 이 책만 보면 자꾸 읽어 달라고 졸라댈 정도가 될 것이고, 아무리 책을 싫어했던 아이들도 이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별로 없었다. 그냥 심드렁하게 책을 들었다가도 뒷간에 준호가 빠져 허우적대는 실감 나는 장면을 만나면 갑자기 냠냠이들의 얼굴에는 생동감이 돌곤 했다. 뒷간에 빠진 아이는 빨리 죽는다는 할머니 얘기에, 순진한 냠냠이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고, 얼른 똥떡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뒷간 귀신에게 똥떡을 주는 동안, 뒷간 귀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을 반짝거리며 무서움 반, 호기심 반으로 이야기에 빠졌다. 똥떡 귀신은 똥떡을 맛있게 먹고, 준호도 자기 나이만큼 똥떡을 먹고 난 후, 동네에 “똥떡, 똥떡”을 외치면서 나누어 주었다. 하늘에서 똥떡 귀신이 흐뭇하게 웃는 장면도 나온다.

 

 집에서 설렁설렁 만들어 먹던 쑥개떡 모양의 똥떡일 것이다. 울퉁불퉁하고 제멋대로 생겼다. 그렇지만 못생긴 떡을 나눠 먹는 마음은 결코 못생긴 마음이 아니었다. 우리 조상들은 나쁜 일을 당하면 마냥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애를 썼다. 똥통에 빠진 아이의 마음도 달래 주고, 액운을 물리치려 귀신도 달래주고, 그리고 그 떡을 동네 이웃에게 나눔의 잔치도 하니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지혜로왔는가? 한자어에 인간이란 한자가 사이에 사이 간자가 들어 가 있는 것만 봐도 서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네 조상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문화와 놀이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액땜은 역시 함께 나누면 가벼워져서 고난을 극복하기 쉬어졌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잊혀 가는 옛 풍습을 통해서 불행을 맞닥뜨려도 긍정적으로 이겨내려 하는 전통적인 조상님들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또한 현대 사람들에게 넘치는 물질만능주의의 약한 모습과, 사소한 절망에 좌절하는 모습을 비교해볼 때 <똥떡> 귀신을 물리치는 똥떡 이야기의 놀라움과 즐거움이 새삼 소중하게 여겨진다.

  올해 자신에게 어떤 액운이 물러가고 어떤 행운을 빌고 싶은가?

복을 나누는 마음으로 힘든 현실을 나누다 보면 액운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날 것 같다.

 

 


(1) 독서 캘린더(풍속 달력)를 만들어 보세요

 

(2) 우리나라 풍습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해보세요

 

(3)  주섬주섬 책시렁 :  <신나는 열두 달 명절 이야기/주니어중앙>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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