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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Nov 20. 2020

기차엔 재즈가 있다

기차엔 재즈가 있다

같은 시간 다른 추억의 소리를

같은 공간 다른 배경 음악으로

오늘도 달린다         

 

퍼덕이는 기다림과 억수 같은 그리움을

레일로 엮으며 자갈돌에 납작 엎드린

기차 그림자

내리치는 칙칙폭폭 소리와

말랑말랑한 자장가 소리를 섞어본다

 

산자락을 에돌며 떨궈져 있던 외로움들

들녘을 지나며 흩날리는 아픈 소리들

도시를 가로지르며 한숨 쉬는 푸른 숨결들

모두 선홍빛 심장 속도로 달려 나간다

 

손주녀석들 옴지락옴지락 치킨 먹는 소리

꺼이꺼이 손수건에  눈물 스미는 소리

묵은 세월을 풀어놓은 노랫가락들

친구 걱정에 맞잡아 손 비비는 소리

흘깃 장사꾼 호객에 칭얼대는 아기 소리

모두 흘러 흘러 재즈가 된다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

그토록 탐스러운 햇살과

마음 자락들 펼쳐 놓은 파란 하늘과

배꼽을 잡고 웃기는 이야기들이

기차 뒤를 밟으며 따라가는 줄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불안한 어제와 내일의 길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재즈음악

모진 소리를 공들여 깎아

둥글둥글 어우러진다


되돌리지 못한 발걸음들

스치는 발걸음들

서성거리는 발걸음들

달음박질하는 발걸음들

하나둘씩 모여들 때마다

즉흥적인 재즈음악 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빈틈을

메꾸며 울려 퍼진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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