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시절 봄엔

개나리 입술로 쫑알대며 

높은 음자리표마냥 뜀박질 했던 어린시절

까치까치 새옷을 누가 빨리 입나 동생들과 시합도 했지.

엄마가 해준 콩나물,달래,쑥을 아삭대며 시래기 된장국을 후루룩거리면

배불뚝이 아빠는 쪽쪽 빨던 꽃게장 웃음을 짓곤 했지.

새짝꿍 만날 생각에 진달래빛 설레임으로 학교에 달음박질하면

겨울바람 밀어낸 봄바람이 옷깃들과 춤을 추며 나풀거렸어

겨울 내내 땅 두드리는 새싹들 통통 잎사귀 틔우면

어둠을 이겨낸 찬란한 물빛 이슬들이

발자국 소리에 놀라 또르르륵 구르고

얼음 깨는 시냇물도, 초록을 꿈꾸는 연두잎들도

봄볕에 기지개를 켜곤 했지

겨울보다 봄엔 일찍 일어나 칫솔질을 하고서

하늘끝자리 붙잡고 사라져가는 별자리들에게 산울림을 보내곤 했어야

엄마아빠의 마주보는 커피잔에 내려앉은

벚꽃잎들 커피향을 들이킬 때

깜빡 낮잠 자던 아이들의 콧소리가

먹다 만 딸기잼 샌드위치 안에 스며들곤 했지

어린시절 봄에는 몰랐다

산다는 것이 이토록 많은 당뇨약,항염제,빈혈약,비타민제를 먹으며

역겨운 입냄새 피우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지난 시절 봄추억들이 그리워

스마트폰 맛집 리스트 검색하며

어린시절 기억을 찾아 헤맨다.        

그림책 <할머니의 식탁 > 독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