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람이 Mar 10. 2021

못다 한 인사말이 맴맴


선장아빠 원양어선 떠나며 흔들던 손끝에서

햇살이 부서지는 순간, 젖어드는 딸의 그림자

파도에 휩쓸리지 말라고 접어 두었던 종이학은

깔딱 울음에 젖어 날개를 펴지도 못하고 찢겼다

바다 잘 다녀오세요, 못다 한 인사말만

입 안에서 맴맴


아빠청춘은 아이들 키우며

파도에 등허리 굽이 칠 때마다

가쁜 숨을 토해냈다

생업을 놓더니 흰 파도를 머리에 이고 다녔다


손녀딸을 등에 업고

청과물 시장을 다니던 할머니의 주름살엔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헤매던

버선 발자국들이 고였다


손녀딸은 속옷 바람으로

일 나간 엄마의 손때 묻은 장바구니 네비 따라

맨발바닥 동티 맺히는  줄 모르고

번뜩이던 엄마의 눈빛 두고온 시장으로 내뺐

휑한 눈으로 파고드는 기다림


과일 더미 앞에 앉아

웅성거리는 그림자 사이로

엄마 엄마 울어댔다

흔들리는 눈빛 속에

애타는 할머니 꾸지람이 젖어들고

억센 손끝에 붙어 오면서도

자꾸 시장만 뒤돌아봤다

엄마는 어디만큼 왔을까?

엄마 엄마 울음이 석류알처럼 맺히면서  맴맴


엄마의 달빛 꿈은 알알이 흩어져

아이들이 가는 길을  밝혔다

빛의 세례 속에 달달한 밥상은 늙어 가고

쓰라린 세월의 꽃봉오리 얼굴은

사각 앨범  꽃밭에 피었다


과일 더미 앞에 서면 그때의 꼬마가 어른거린

살빛 복숭아엔

기다리던 가족의 얼굴이 달아오르고

피 빛 석류 알갱이엔

목 터져라 불렀던 울음이 맺혔다

주렁주렁 포도엔

열 높은 아이 업고 응급실로 내달렸던

겁에 질린 엄마 아빠의 눈빛이

송알송알 맺혀 있다.




  사진 그림 : 자람이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 들려주는 교향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