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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짜리짜리 Sep 03. 2021

돈의 능력

평수가 늘어나고 줄어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나라 주거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파트이다. 관리도 편하고 대부분이 선호하는 주거유형이기도 하지만 사고팔 때 투자로써의 가치도 지니고 있어 더 좋아한다. 부동산의 투자 물건에 아파트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를 고를 때 입지, 교육, 환경 등 여러 가지 사항이 있지만 배 놓을 수 없는 것이 평수 즉 크기이다. 집을 사기 위해 집 구경을 다니면 누구나 직면하는 것이 나의 자금력에 대한 현실이다. 돈에 따라 볼 수 있는 집과 선택할 수 있는 집이 철저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지 않고 구경만 한다면 다르지만 말이다.

 

결혼하기 위해 남자 친구와 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점점 우울해진다면 아마도 돈에 차이가 나는 부동산의 모습과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교통의 편리성을 생각하면 깨끗한 집이나 평수를 포기해야 하고 반대로 교통이 불편하면 넓은 평수에 좀 더 깨끗한 집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커진다.  


아파트의 위치도 돈에 따라 정해 지지면 평수 즉 공간의 넓이도 철저하게 돈에 따라 살 수 있는 크기가 달라진다. 32평에서 25평으로 옮기며 느끼는 돈과 직결되는 평수 그리고 교통의 접근성까지 다시 한번 냉정한 자본주의 현실을 느낀다.


크기에 맞춰 늘어난 살림살이를 버리고 옮겨도 끝이 없는 짐 정리이다. 좀 멀쩡해 보여도,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도 처분해야 하는 현실이다. 집을 옮길 때 막연하게 25평에도 충분히 살 수 있고, 이제 이사는 지긋지긋하니 여기서 쭉 살자며 했던 말이 점점 후회가 된다. 생각과 현실의 간극은 역시나 컸다.  


물건들도 이산가족이 되었다.


결국 버리며 안 되는 물건들은 어머님 댁과 시골로 흩어졌고 그렇게 대충 짐 정리는 끝났다. 이제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짐을 다시는 늘리지 말자고 가족 모두가 이야기를 나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물건이 변수이다.

 

달라진 점은 말끝마다 ‘우리 집이 작으니 정리정돈을 잘해야 한다’가 붙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에 말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공간도 좁은데 이리저리 널러져 있는 물건들을 보면 왜 더 짜증이 날까. 

 

물론 집의 크기가 줄어드니 좋은 점도 있다. 관리비가 적게 들고, 청소가 편해지고 덩달아 가족 밀착력이 높아졌다. 이 공간도 적응이 되겠지 라며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고 있다. 짐을 늘리지 않기를 다시 다짐하면서.  내 집을 통해 주거 안정감을 얻었으니 크기와 지하철역과의 거리는 포기했다. 모든 것을 얻으면 좋지만 그러기엔 언제나 경제력이 화두. 그럼에도 선택이 있으면 포기가 있는 것도 삶의 순리인 것 같다.


욕심이 큰 사람은 잘 버릴 줄 안다

사람은 동시에 두 마리의 말을 탈 수 없으므로
 이쪽 말을 타기로 결정했으면 반드시 다른 한쪽의 말을 버려야 한다.
 똑똑한 사람은 무엇을 하기로 결정하면 다른 일에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그 일에만 매진해서 좋은 결실을 얻는다.
 - 알프레드 베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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