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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짜리짜리 Oct 28. 2021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건

흔히 소비자는 힘이 세다고 한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고객이 왕이라고 까지 하니 말미다. 물론 최근엔 돈을 낸다는 이유로 갑질 하는 사람들의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객은 힘이 세다. 고객의 불만이 나비효과가 되어 매출에 타격을 입히고 심하게는 가게 문을 닫기까지 하니 말이다. 물론 잘 팔리는 경우 입장이 바뀔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지만 인기가 많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결국은 고객이다. 잘되든 안되든 고객이 없으면 문을 닫으니깐.


집은 어떨까. 비싼 돈을 내고 살지만 상황은 다르다. 분명 돈을 내고 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해당 집이 나의 집이 아니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내고 살고 있는 동안은 엄연히 세입자도 고객이다. 비싼 물건을 빌려 사용하는 고객. 하지만 제대로 대접받기 쉽지 않다. 대체재가 있어도 마음대로 옮겨 다니기 쉽지 않은 치명적인 약점을 세입자는 가지고 있다. 자녀교육, 직장 등의 이유. 항상 어딘가 이동하는 수단과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혼자일 때와 달리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는 더 많아진다. 이러한 요소가 많아질수록 ‘갑’의 고객이 되기 점점 힘들어진다.


돈을 내고 살아도 말이다.


예전에는 아이 많은 집에는 전세도 잘 주지 않았다. 최근도 마찬가지이다. 1층 필로티임에도 아이가 집을 망가뜨린다고 전세 세입자를 골라 받는 것이다. 내가 돈을 내고 들어갈 집을 구하니 우리는 고객이자 갑이라고 착각한다.  전세 세입자가 갑이 되는 순간이 있기는 하다.


 전셋집 보여달라고 할 때.


우리의 재산에서 그리고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집을 사는 것이 인생 최대 과업 중 하나.

 그만큼 집은 언제나 비싼 물건이었다.  

집이라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 행복한 사람, 물건이 많아서 행복한 사람,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불행한 사람, 물건을 갖지 못해 불행한 사람, 물건을 앞으로도 가지지 못할 것 같아 더 불행한 사람. 예전에는 잘 모르고 잘 못 느꼈던 박탈감. 달라질 수 없는 과거를 잡고 후회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이제 앞을 봐야 하는데 나는 무엇을  수 있을까.


냉정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 스스로 각자의 몫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건 때문에 속 끓였던 지난 4년. 비싸다는 이유로 주거라는 이유로 우리의 삶에 너무 깊게 자리하고 있지만 나의 삶에서 불행의 씨앗이 되면 안 된다.


현재 내가 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 과거를 보고 후회하는 마음을 이제 접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상을 준비해야겠다.


행복 추구가 나의 유일한 목표다.
 행복해질 수 있는 장소는 바로 여기이다.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 잉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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