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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짜리짜리 Mar 03. 2021

루틴의 위기

루틴을 만들기 위해 10년이 다 되어 가는 것도 있고 10년 가까이했지만 루틴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도 있다. 작년부터 루틴을 하기 위해 공들인 것이 아침운동이다.


물론 몇 년 전부터 운동을 하기는 했다. 등산, 팔 굽혀 펴기, 자전거 타기, 윗몸일으키기 등 짬 날 때마다 시도했다. 단지 루틴이 되지는 못했을 뿐. 


좋은 계절 10월부터 ‘아침운동’으로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나의 잠을 줄이고 좀 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에는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덜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하지 못해 지금까지 그냥저냥 왔는데, 이것을 바꾸는 것이니 긴 노력이 필요하다.


루틴의 위기가 찾아왔다.

 

50년 만에 추위, 비, 폭설이 아니다. 바로 설날 연휴였다. 루틴에 큰 장벽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럼에도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하루, 이틀은 운동을 했지만 역시나 힘들었다.


늦잠을 자고 싶은 생각, 자도 자도 졸린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아침 운동이 루틴으로 완벽하게 자리잡지 못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주말에도 아침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연휴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니 몸과 마음이 느슨해지고 자연스럽게 핑곗거리가 생겼다.


몸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주중에는 출근이라는 환경이 있지만 주말은 아니었다. 오직 나의 의지에 의존해야 했고, 이는 오랜 관성을 이기기에 부족했다.


연휴라는 장벽이 루틴을 깨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결국은 나의 의지였다. 연휴도 날씨처럼 하나의 외부 요인인 것인데, 나의 몸과 머리는 여전히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40년 가까이 생활했던 패턴이 있으니 몇 개월의 루틴으로 이겨 낸다는 것은 짧은 시간에 큰 변화를 바라는 욕심이었다. 조그마한 장애물에도 원래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을 이겨내고 루틴으로 자리 잡는데 최소 몇 년이 걸린다는 말이 새삼 실감 난다. 아침운동을 하는 루틴 만들기 1년,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한 1년 등 최소 몇 년인 것이다.


다이어트의 성공은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요요현상까지 극복하고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야 ‘이듯 말이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쉽고 누구나 가능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할 것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행복으로 넘쳐났을 것이다.


‘좋은 습관’으로 루틴을 만드는 것은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씨앗 임에는 틀림이 없다. 쉽지 않은 것을 보니 말이다. 물론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고 누군가는 쉽게 하는 것이지만 나에게는 성장의 씨앗이다.


성장의 씨앗을 많이 뿌리고  이른 시기에 시작한다면 더 큰 나무로 자랄 수 있고 보다 많은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씨앗을 뿌리는 힘, 루틴을 만드는 일은 결코 그냥 되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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