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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Jan 15. 2016

<바다의 별> 북유럽 신화로 우리를 이끈다

<바다의 별>은 SF작가인 폴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 시리즈> 2편이다


<타임 패러독스> <시간여행자의 아내> <12 몽키즈> <시월애> <어바웃 타임>  <루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제시된 것들은 시간여행과 관련된 영화다. 이런 시간여행 영화들을 제시하는 이유는 폴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 시리즈가 시간여행의 고전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나온 90년대 초반은 여전히 시간여행에 대해 제대로 된 영화나 책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타임 패트롤 시리즈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상황을 설정하고 지나온 역사들을 지키는 시간 보안관 단체의 이야기다.  '온난한 삼림과 초원에서 쥐를 닮은 인간의 조상이 거대한 포유류에게 밟혀 죽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기에 바빴던 시대'에 '타임 패트롤이 필요로 하는 수의 생도가 졸업할 때까지' 타임 패트롤 양성 학원이 존재했다.



<바다의 별>은 타임 패트롤 시리즈 1편인 <타임 패트롤>을 이미 독자가 읽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시작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오딘의 비애'다. 4세기 훈 족이 등장하고 훈 족에 의해 분열된 고트가 배경이다. 훈 족에 의해 분리된 동 고트와 서 고트, 이들로부터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신화와 서사시들 속으로 주인공은 들어가게 된다. 주요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역사 속을 방문한 타임 패트롤이 시간 간격을 두고 계속 한 종족에게 나타난다. 그러면서 점점 신적 존재로 추앙받게 된다. 방랑자로 불리며 신적 존재로 서서히 변해가며 한 종족과 이 타임 패트롤은 끈끈한 유대감이 생성된다. 하물며 이 종족의 수장 그룹이 본인의 직계 자식들이라면 그 종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떠하랴! 하지만, 결국 역사를 바꿀 수는 없기에 스스로 그 종족에게 '주어진 길'을 걷게 만든다. 역사가 고정된 그 무엇이고 타임 패트롤은 이 것을 지켜야 하는 숙명인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바다의 별'인데 게르만 민족과 로마의 이야기가 배경이다. 처음으로 타임 패트롤의 주인공이 여자로 나왔다. 미래를 점지하는 여자 예언가의 여신으로 나타나는 게 주요 스토리다. 북유럽 신화의 근간이 되는 '신 에다'와 연관된 이야기였던 것이다. <바다의 별>에 나온 두개의 에피소드는 전작인 <타임 패트롤>과 함께 폴 앤더슨의 시간에 대한 관념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고정된 역사가 과연 존재하는가?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돌아간 사람에 의해 혹시 신화들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들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작가는 고대 역사와 신화에 해박하다. 특히 유럽 쪽 고대 신화에 정통한 것으로 보인다. 폴 앤더슨은 이를 바탕으로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역사를 슬며시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한국에 사는 우리들, 특히 이런 SF를 즐겨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이 역사들과 신화가 너무나 이질적이다. 새로 배워야 하는 문제부터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지 않아서 읽을 때마다 책이 겉도는 것이다. 기반 지식이 너무나 부족한 책을 읽을 때 쳇바퀴처럼 계속 같은 단어와 문장을 읽고 있는 본인을 발견한다. 하지만 SF 독자이면서 북유럽의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그런 역사와 신화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겐 <바다와 별>은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꼭, 이 글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첫 번째 시리즈인 <타임 패트롤>과 달리 <바다의 별>은 유럽의 북구 신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3-4세기 경 훈족의 이동과 전쟁 그리고 이와 엉켜진 동고트, 서고트족의 역사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북유럽들의 다양한 신들과 신화는 필수다.


한마디로 북유럽 신화를 모르고서는 이 책을 여행가방에  집어넣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여행이 이상한 길로 빠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서평만 보고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이 책을 보다가 던져버렸다는 이야기도 간간이 듣는다. <타임 패트롤>을 즐겁게 읽고 <바다의 별>을 읽다가 진짜 벽에 던졌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특히 SF를 좋아하는  몇몇 지인들이 유럽 여행길에 <바다의 별>이 어울릴 거 같다며 들고 갔다가 여행 내내 스마트폰에 접속했다는 울음 섞인 좌절을 들어본 적이 있다. 유럽에서 스마트폰으로 북유럽 신화와 고대 유럽 역사를 공부했다는 슬픈 이야기는 SF를 읽는 우리들에겐 책 선정기준이 출판서 서평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주 강력히 보여준다.

추신 : 일반적인 SF 독자라면 <타임 패트롤>만 읽고 <바다의 별>은 읽지 말 것을 권해 드린다.




폴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을 읽고 쓴 후기다. 시간여행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아래 책 후기도 참조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jamding/79


아이작 아시모프의 <영원의 끝>이다. 이 책 역시 시간여행 이야기다.

https://brunch.co.kr/@jamding/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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