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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Dec 10. 2015

기록하는 일상, 가치 있나?

나는 왜 매일 끄적거리는가


하루 동안 일어난 일 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것, 그것을 적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상이 책을 읽었던 일이라면 책에 대해 적고, 일상의 감정이라면 그 감정을. 여행이라면 순간순간의 느낌을 쏟아 쓴다. 하지만, 이렇게 적는 글에 대한, 끄적거림에 대한 의문이 들곤 한다.





무슨, 가치!


쓴다는 행위가 나에게 주는 가치가 있나? 아니,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나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쯤 가슴은 깨진 유리조각 파편을 구겨 넣은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그래도 다시 끄적이는 단 하나의 이유는 '정처 없이 걷는 것'에서 찾곤 한다. 하염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지에 도달해 있는 그 느낌, 끄적이다 보면 이런 '발걸음'처럼 무엇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라는 기대에서다.




결국 가치와 의미를 넘어선 기대일지도....


식은  인스턴트커피 한 모금이 차디차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그저 쓴 여운만 불러일으키지만 그래도 식은 것이라도 마시겠다고 꾸역거리며 밀어 넣는다.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설 때의 느낌이 식은  인스턴트커피의 '그 속삭임'이지 않을까? 결국 뜨거운 것은 식고 마는 것을 계속 따뜻하다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젠가로 쌓은 탑, 무너지지 직전 하나의 젠가를 더 높이 쌓은 그 느낌


불안의 일상은 하루하루 뚜벅뚜벅 걷는 나의 생활에 항상 칼을 겨눈다. 위태로운 젠가를 보며 나는 왜 이런 끄적임을 계속하는지 또 반문하게 된다. 불안하기에 가치와 의미를 넘어선 기대에서 나아감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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