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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Dec 11. 2015

<은닉> 체코의 기억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배명훈의 장편소설, 은닉


"나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게 맞는지, 아니면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진 세상 위를 그저 경사면을 따라 주르륵 흘러가고 있는 건지조차 확실히 알지 못했다"


"여덟 군데 길 가운데 다른 기물에 막혀 있지 않은 단 몇개의 길...(중략) 판 전체를 보고 있어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마당에, 바로 코앞에 뭐가 놓여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막연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꼴이라니."




은닉을 읽다보면 배명훈 작가가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물 묘사에 치중한 것인지 헤깔릴 수 밖에 없다. 책 제목에 나와있는대로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이라던지 항상 초초하게 만드는 그 어떤 기분을 살펴보면 분명 이 소설은 인물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주인공은 신의 궤도의 주인공이었던 '김은경'이다. 다시 김은경인 것이다.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면에서 즐겁다. 이제는 주인공의 이름을 다 외울수 있고 그 주인공이 맡았던 역활까지 하나하나 세세히 기억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신의 궤도>에서 궤도비행사였던 나물은 김은경을 보며 닳아서 없어질 거 같은 존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책에서도 김은경은 그렇게 묘사된다. 또한, 행성 관리사무소 소속의 우주비행관련 업무를 했던 윤대리는 은경에 대해 사랑이 아니라 경이로움을 느낀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책에서도 은경에 대해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쯤되면 작가는 세계관을 표현하려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인물의 불안감을 표현했다라고해도 무방할 듯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 사는 모습이 '장기판 위의 말'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게한다.


은닉은 계속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게 만든다. 주변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어떠한 목적을 위해 뛰어다니고 그것을 은연중에 나에게 강요하는 그런것 말이다.


통일한국, 즉 연방에서 일어나는 첩보 스릴러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디코이라는 '현대판 빅데이터'를 가지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속고 하는 그런 첩보물인 것이다. 이 책의 아쉬운점은 초반의 그 긴장감은 중반이후부터 풀어지기 시작하고 인간의 내면속으로 이야기를 끌고간다. 그 부분이 참 아쉬웠다.





연극 <랑페의 결백>이 실제로 있는 작품인 줄 알았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연극에 대해 한번 찾아보려고 했으나, 작품속의 연극이었던 것이다. 체코의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랑페의 결백>에 묻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차가운 도시를 형상화된 듯 한데 이러한 만큼 작품에 푹 빠지게 되질 않는다. 이 책으로 배명훈 작가를 시작하면 절대 안된다. 왠지 배명훈 작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품을 쓴 듯하다. 그의 다른 작품을 읽는게 좋을 듯 하다. 우선 <타워>나 <신의 존재>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배명훈이라는 작가를 알고 싶다면 <타워>부터 시작해보자. 그다음은 <신의 궤도> <청혼> <맛집 폭격> 순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총통 각하> <가마 틀 스타일>이 괜찮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은닉>으로 마무리 하면 배명훈 작가를 알게 될 것이다. 절대 <은닉>는 부터 시작하지는 말자. 그럼 배명훈 작가의 멋진 작품들을 접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타워

https://brunch.co.kr/@jamding/74


신의 궤도

https://brunch.co.kr/@jamding/71


청혼

https://brunch.co.kr/@jamding/102


맛집폭격

https://brunch.co.kr/@jamding/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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