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uth Point Dec 05. 2015

<타워> 현대판 바벨탑

세상을 만드는 작가 배명훈의 타워



674층의 초고층 타워, 현대판 바벨탑인 빈스토크, 도시국가이기도 한 이 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의 기록


우리는 이제 빈스토크에서 일어났던 일들의 기록을 타워라고 부른다. 타워에서 배명훈 작가는 새로운 바벨탑 세상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수많은 바벨탑의 모습과 달랐다. 그는 바벨탑 자체에 집중했다. 바벨탑에 인간들이 국가를 만들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워는 첫페이지부터 아주 쉽게 읽힌다.


 작가는 6개의 불연속된 이야기를 통해 타워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감없이 적어 내려간다. 2천미터가 넘는 높이, 674층, 총 인구 50만명의 빈스토크는 당연히 지상 최대의 건축물이다. 원래 책이라는 것이 처음에 읽기가 어렵다. 작가가 무슨이야기를 풀어낼 지 모르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무방비로 내 던져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20-30페이지 정도 읽어야 아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겠구나 라는 감이 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타워'는 다르다. 첫 페이지부터 바로 이해되면서 술술 읽혀나가기 때문이다.



첫번째 스토리는 빈스토크의 권력구조 파악에 대한 내용이다. 전자태그를 부착한 술병 등을 상류사회로 유통시키면 이 물건들의 이동경로가 파악된다. 이를 통해 권력 분포지도를 그릴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뢰를 한 곳은 현재의 시장을 막으려는 야당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분석하면서 이상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 권력의 중심부에 '개'가 당당히 서있는 것이다. 사람 말고 우리가 아는 그 '개' 말이다. 풍자와 해학이 뒤엉켜 읽는내내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 타워였던 것이다.


특히, 압권이었던 것은 엘레베이터 기동연습 관련 단편이다. 2천미터가 넘는 곳이기에 1층에서 674층을 직접 한번에 연결하는 엘레베이터가 없다. 중간에 이곳 저곳을 거쳐 갈아타야 한다. 이런 문제로 야기되는 수직과 수평이동에 대한 작가의 해학과 통찰은 즐겁기만 하다.




현대판 바벨탑인 타워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묘사한 것이다. 공간으로 권력을 구분한 타워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맞닿아 있다. 빈스토크는 수직으로 권력을 구조화 했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은 '강남'이라는 대명사와 강남 이외의 지역으로 권력이 나눠져 있는 형태이다. 이렇게 바라보게 되면 '설국열차'의 공간과도 연결된다. 끊임없이 달릴수 밖에 없는 설국열차안에서 권력은 앞칸과 뒷칸으로 구분지어져 있다. 설국열차에서 앞칸과 뒷칸을 구분지을 수 있는 것은 총이지만, 대한민국과 '타워'에서는 부동산 가격이다. 현대판 바벨탑 '타워'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배명훈이라는 작가를 알고 싶다면 <타워>부터 시작해보자. 그다음은 <신의 궤도> <청혼> <맛집 폭격> 순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총통 각하> <가마 틀 스타일>이 괜찮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은닉>으로 마무리 하면 배명훈 작가를 알게 될 것이다. 절대 <은닉>는 부터 시작하지는 말자. 그럼 배명훈 작가의 멋진 작품들을 접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신의 궤도

https://brunch.co.kr/@jamding/71


청혼

https://brunch.co.kr/@jamding/102


맛집폭격

https://brunch.co.kr/@jamding/99


은닉

https://brunch.co.kr/@jamding/75


매거진의 이전글 <신의 궤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