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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Dec 04. 2015

<신의 궤도>

배명훈 장편소설, 신의 궤도


"미은 이모, 그런데 지구는 어떻게 됐어요?"



배명훈 작가가 출간한 책 대부분을 읽어보았다. 나와 비슷한  나이 때문에 더욱 관심이 생기는 작가다.  독특하면서도 재미난 책들은 계속해서 날 자극한다.  


신의 궤도는 지구에서 유리된 휴양 행성인 나니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지구에서 과학이 계속 발전하지만 그러한 과학이 발전하지 않는 휴양지를 아니 휴양 행성을 찾는, 만들어 낸다는 콘셉트에서 출발하게 된다.



신을 둘러싸고 행성 관리사무소와  이론 신학회, 관측 신학회가 한바탕 어우러진다. 신을 관측하기 위한 자, 신을 관념적으로만 만들려는 자, 신의 궤도로 접근하기 위한 자, 신의 목소리를 듣는 자 등이 한바탕 펼쳐내는 이야기인 것이다. 눈 앞의 재앙 앞에서도 한 줌의 권력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에서는 현실의 모습들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행성 관리사무소장은 공권력, 천문교의 수장은 신권을 나타낸다. 이 둘의 대립 속에서 천문교 내부의 권력 다툼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마치 '신'을 둘러싸고 '신'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이 관념적으로 접근하려는 지금의 종교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에서 소설의 풍자는 더욱 즐겁게 다가온다.


나니예 주변을 돌면서 나니예를 관장하는 신, 이 신은 오래전 사람들에게 관측된 적이 있다. 단 한번, 그 이후로 사라져 버린 '신'을 찾아 헤맨다. 이렇게 신을 찾는 모습과 과정을 지금 지구에 적용을 해봐도 좋을 듯하다. 왜 종교가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런 각도의 고찰 또한 좋을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행성과 별들이 희미하게 반짝인다. 저 별빛들은  별빛이라기보다는 시간이다. 오래된 시간이 이제야 이곳에 쏟아지는 것이다. 신의 궤도는 몇십 년, 몇백 년 후의 이야기가 아니다. 십만 년 단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다.




신의 궤도에서 포인트는 김은경이다. 김은경의 '환생'은 솔직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런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시켜도 되는구나라는 충격 말이다. 그리고 지성 문명이 발달하게 되면 행성, 항성의 형태로 진화될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이 책에서 얻게 되었다. 물론 가이아 이론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넘어선 진화 말이다.


또 재미난 사실은 그가 주인공들의 이름을 여러 책에서 동일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책들은 조금씩 이어지기도 한다. 내용이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기보다는 단체 등의 이름과 느낌이 연결된다.  이러한 이름들도 그에게는 소중한 것이리라. 가슴속에 간직된 이름을 꺼낸 것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제는 몇몇 이름들이 내게도 너무 친숙해졌다.


마지막으로 배명훈 작가는 공군 행정장교 출신이다. 그가 공군에 근무할 때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이 책의 모티브가 스믈스믈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나 역시 활주로에서 군 생활을 하며 내리고 뜨는 비행기들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바라보다 보면 문득 재들도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하는데 배명훈 작가는 이러한 생각을 글로 풀어쓴 것이다. 그의 책에 지속적으로 나오는 인공위성과 인물 그리고 비행기는 어린 시절 작가가 어떠한 것을 바라보며 상상했는지 어렴풋이 알려주는 소스이기도 하다.






배명훈이라는 작가를 알고 싶다면 <타워>부터 시작해보자. 그다음은 <신의 궤도> <청혼> <맛집 폭격> 순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총통 각하> <가마 틀 스타일>이 괜찮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은닉>으로 마무리 하면 배명훈 작가를 알게 될 것이다. 절대 <은닉>는 부터 시작하지는 말자. 그럼 배명훈 작가의 멋진 작품들을 접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타워

https://brunch.co.kr/@jamding/74



청혼

https://brunch.co.kr/@jamding/102


맛집폭격

https://brunch.co.kr/@jamding/99


은닉

https://brunch.co.kr/@jamding/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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