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전쟁 같을 때는 펜을 들어요
우리는 매일 나 자신과의 조용한 전쟁을 치른다.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전쟁은 조용하지만 더 치열하다. 멈추지 않는 생각과 질문들로 머릿속이 바쁘다.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버겁기도 하다.
외향적인 사람은 밖으로 나간다. 사람들을 만나고, 걷고, 움직이며 에너지를 얻는다. 그들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관계 속에서 존재감을 느낀다.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장소는 세상을 넓혀주는 자극제가 되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고 세상을 배운다. 그들에게 신발은 단순한 신발이 아니고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이자 답답함을 해소시켜 주는 도구이다. 그래서 움직임 그 자체가 그들에겐 치유가 된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간다. 조용한 공간에서, 생명의 움직임이라곤 나의 숨소리뿐일 때 안정감을 느낀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에 가면 에너지가 소진되고, 넘치는 자극 속에서 나 자신은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중요하다.
사람들은 종종 오해한다. 내향인을 사회성이 떨어진다거나 소극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도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다. 다만 외향인들은 말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면, 내향인들은 혼자 생각을 정리한 후 말을 하는 것이 편하다.
내향인만 글쓰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생이 전쟁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에 현자들은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펜과 노트를 꺼낸다.
에너지가 넘칠 때는 신발 끈을 묶고 문밖으로 나가듯, 에너지가 정체되었을 때는 펜을 잡고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날의 무드에 맞는 펜도 고른다. 색은 물론, 펜의 굵기와 그립감에 따라 그날의 펜이 정해진다.
펜을 잡고 첫 줄을 쓰는 순간, 무언가가 달라진다.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이 종이 위에 글자로 내려앉으면서 비로소 형태를 갖춘다. 막연했던 불안이 구체적인 문장이 되고, 복잡했던 감정이 단어로 정리된다. 감정을 글로 쓰다 보면 내가 힘들었던 이유가, 두려워했던 것이 보인다. 복잡한 감정을 단어나 글로 표현하면, 그 감정은 더 이상 내 안에 머무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그것을 관찰할 수 있으며 분석할 수 있다. 내 안의 불편한 감정을 떼어 꺼내놓고 치료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할 일이 쌓여있어도 내 감정이 엉망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에 내 마음을 정리하고 다스리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이것은 게으름이나 회피가 아니다. 이것은 나 자신을 돌보는 가장 적극적인 행위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으면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아무리 많은 시간도 소용이 없다.
세상과 싸우는 무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고 나 자신과 화해하는 무기.
펜은 나의 혼란을 질서로 바꿔주고, 나의 연약함을 받아들이게 하며, 나의 강함을 발견하게 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조용한 처절한 싸움에서 승리한다. 아무도 모르지만 끝내 얻어내는 마음의 평화, 그것이 승리의 표시다.
발자국이 지나간 땅은 길이 되듯이,
펜으로 옮겨진 생각은 내 세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