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그 시절, 라디오의 감성
요즘 젊은이들은 TV는 물론 라디오도
듣지 않는 것 같다.
그 대신, SNS에서 하는 개인방송을 더 즐긴다.
미디어의 트렌드 변화가 어쩔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것을 실감한다.
그런 변화를 맞이할 때마다,
나는 어느새 지나간 시절의 감성을 떠올린다.
그때는 라디오가 친구 같았고,
내 하루의 일부였으니까.
난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 FM에서
나오는 DJ의 목소리와
함께 공부를 하며 잠이 들었다.
그 목소리만큼은 어떤 소음에도 방해받지 않는 유일한 존재였다.
공부하며 귀 기울였던 그 DJ들의 목소리는
나를 위로하고,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MBC의 ‘별이 빛나는 밤에’였다.
DJ는 박원웅(4대 별밤지기-1979년)이었는데,
그의 남저음 보이스는 마치 깊고 어두운 바다처럼 나를 푹 빠지게 만들었다.
그 목소리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아마도 그 시절,
고교 시절의 나에게는 그 시간이
하루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었다.
그때,
나는 방송 한 번 타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나의 사연이
소개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매일같이 편지를 썼다.
고백도 하고,
고민도 털어놓고,
때로는 시한부 선고를 받으았다고
사연팔이를 했다.
그런데 끝내 내 사연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그 때는 전국의 모든 중고등학생들이 사연을 보내던 시절이었으니,
내 작은 사연이 방송에 나오는 것은
거의 로또 당첨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나와 같은 소시민들은
그저 방송을 들으며 꿈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지금은 그 감성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무리 SNS가 발달하고,
개인 방송이 유행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라디오를 틀어놓고
그 DJ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낭만은
사라지고 있다.
그때의 감성, 사연을 보내고
DJ의 목소리로 답장을 받기를 기다리던
그 설렘은 이제 '오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 감정은 이제 소리 없는 속삭임처럼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 작업실 앞집에
MBC FM의 '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로 유명한 DJ 김기덕 씨(10대 별밤지기)가
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마음속에서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그와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의 얼굴을 보면 젊은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품었던 그 감성들이 한순간에 몰려왔다.
그때,
난 다시 라디오 앞에 앉아 사연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시절의 꿈과 그리움이 나를 자극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에게 내 사연을 보내 볼까?
어쩌면 라디오에서 다시 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다.
내가 어린 시절 그리워하던 그 감성을,
지금은 그 DJ의 목소리로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그 사연을,
이제는 그가 읽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라디오와 함께한 시간은 나에게 특별했다.
그 시절의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는 것도 실감하지만,
그 기억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여전히 그 작은 사연을 보내고 싶어 진다.
https://youtu.be/uTZpr1kDTXI?si=hawoHNmkH5jnYvJO
https://youtu.be/NVaVYz98qcE?si=XAfOlmbscZW80_N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