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따라 살아보기
요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시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한창이다.
국가 간의 전쟁도 전쟁이지만 기업 간의 전쟁도 치열하다.
개인들 역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원전 6세기, 춘추전국시대. 철기의 냉기가 땅을 스칠 때,
제 나라 땅에서 한 사내가 태어났다.
이름은 손무(孫武). 후대에 ‘손자(孫子)’라 불리며,
그가 남긴 《손자병법》은 2,500년 세월을 관통해 오늘도 살아 숨 쉰다.
그는 전쟁의 화약 냄새 속에서도 가장 차가운 진리를 보았다.
“백전백승은 상책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
전쟁은 소모다.
승리조차 쓴맛으로 뒤덮일 수 있음을 깨달은 지혜였다.
오나라 왕 합려를 중원의 패자로 만든 그의 병법은, 피로 쓴 교훈이었다.
"전쟁은 가장 추한 것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가장 추하게 만든다."
이 역설적 선언은 손자가 본 전쟁의 본질이다.
승리라는 광휘 뒤에 가려진 민초의 신음,
강대국의 허울 뒤에 숨은 나약함 - 그는 전쟁의 이중성을 꿰뚫었다.
오사칠계(五事七計): 승리의 뼈대
손자가 제시한 ‘오사(五事)’는 승리의 다섯 기둥이다.
도(道): 의로운 명분. 명분 없는 전쟁은 승리도 쓸모없다.
천(天): 하늘의 때. 계절과 기후는 전장을 좌우한다.
지(地): 땅의 형세. 산과 강은 병사의 목숨보다 무겁다.
장(將): 지휘관의 덕. 지혜·신의·인애·용기·위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법(法): 조직의 질서. 흔들리는 군대는 모래성과 같다.
이를 바탕으로 한 ‘칠계(七計)’는 적과 나를 저울질하는 칼날 같은 기준이다.
군주의 도덕성,
장수의 능력,
천시와 지리의 유리함,
법령의 엄정함,
군사의 강함,
병사의 훈련도,
상벌의 공정함,
이 일곱 가지가 승패를 가른다.
“적합하지 않은 자는 죽는다” 는
냉정한 선고 뒤엔, 생존을 위한 날카로운 통찰이 깔려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많은 이가 손자를 인용하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말한다.
그러나 원문은 다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불패(不敗)’나 ‘백승(百勝)’이 아닌 ‘불태(不殆)’.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되,
패배하지 않는 법을 강조한다.
이는 손자의 현실 감각을 드러낸다.
전쟁에는 변수가 따른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도,
최소한 패배를 피해 생존할 수는 있다는 냉철한 교훈이다.
전쟁의 그림자, 철학의 빛
《손자병법》은 전술서이자 인간학 교과서다.
삼국시대 조조가 82편을 13편으로 압축해 전한 이 책은,
전쟁을 넘어 삶의 전략이 된다.
모공편(謀攻篇): “적의 계책을 무너뜨려라.” 경쟁에서 상대의 핵심 전략을 무력화하는 법.
허실편(虛實篇): “적이 지키지 않는 곳을 공격하라.” 시장의 틈새를 찌르는 기업 전략의 원형.
구변편(九變篇): “위험한 다섯 가지: 맹목적 용기, 생존 집착, 분노, 청렴의 독, 과한 인정.” 리더의 함정을 경고한다.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빌헬름 2세가 외교에서,
맥아더가 작전에서 의지했던 이 책은,
승리보다 생존을,
강함보다 지혜를 말한다.
싸우지 않으려는 자가 이긴다
손자는 전쟁의 종말을 꿈꾸었을까?
화공편(火攻篇)에서 그는 경고한다.
“분노로 전쟁을 시작하지 마라.”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용간편(用間篇)에선 “간첩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라”고 역설한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진정한 상책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승리는 민심을 얻는 것이다.” — 군쟁편(軍爭篇)
춘추전국시대 300여 병법서 중 유독 《손자병법》만이 살아남은 까닭은,
전쟁 기술이 아닌 평화를 위한 전쟁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철기의 시대, 인간이 무기를 들며 잃어버린
이성의 균형을 되찾고자 한 고뇌의 기록이다.
2,500년 후에도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평화를 위한 전쟁”이란 미명 아래 총부리가 울린다.
그러나 손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최고의 승리자다.”
그가 불로 새긴 글자는,
승패의 저편에 있는 생명의 가치를 일깨운다.
전쟁의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는 없지만,
전쟁을 이해하는 지혜는 인간다움을 지키는 갑옷이 될 수 있으리라.
진정한 용기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피할 지혜를 갖는 것임을-손자는 여전히 우리에게 속삭인다.
P.S - 정비석의 손자병법 추천합니다.
- 좀 된 거지만 재밌어요^^
https://watcha.com/ko-KR/contents/tlLZ7z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