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꽃그림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 본질의 메타포로 기능해왔다.
오키프는 미시적 확대로 꽃의 추상을,
브뤼헐은 화려한 다발로 인생의 무상을,
조선 화가들은 모란으로 세속적 염원을 표현했다.
현대 작가들은 여기에 사회적 비판이나 실존적 성찰을 더하며 장르를 확장한다.
이처럼 꽃은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며 예술가의 내면과
시대정신을 꽃피우는 매개체임을 재확인시킨다.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아이리스의 빛>(1924)
미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인 오키프는
꽃을 극단적으로 확대하여 그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아이리스의 빛>은 보랏빛 꽃잎의 내부를 클로즈업해
생식기의 형태를 연상시키며, 관람객에게 성적 해석을 유발했다.
그러나 오키프는 "사람들은 실제로 꽃을 보지 않는다"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꽃의 장엄한 추상성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선과 신비로운 색채로 꽃의 본질을 환상적으로 재현한 이 작품은
일상적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얀 브뤼헐(Jan Brueghel): <나무통의 커다란 꽃다발>(1606~1607)
플랑드르 꽃그림의 대가인 브뤼헐은 계절을 초월한 꽃들을 한 화면에 배치해
부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상징화했다.
장미·튤립·수선화 등 다양한 꽃들이 나무통에 빼곡히 채워져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도로 인생의 덧없음(바니타스) 을 은유한다.
특히 이 작품은 추기경이 소장할 만큼 귀중히 여겨졌으며,
꽃의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조선의 <괴석모란도병>(19세기)
모란은 조선 회화에서 부귀와 권위를 상징했다.
8폭 병풍인 이 작품은 적·황·백 모란을 화려하게 묘사하고
괴석과 대비시켜 왕실의 번영을 강조한다.
궁중 의식이나 혼례에서 사용된 모란도는 서민에게까지 확산되어
민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사회적 염원이 투영된 점이 특징이다.
박종필(1977~): 가짜 꽃을 통한 양면성 탐구
박종필은 생화와 조화(인조 꽃)를 함께 배치해 진실과 허위의 경계를 질문한다.
화면 중앙의 꽃은 의도적으로 과장되고,
주변부는 소소하게 표현되어 인간의 이중성을 암시한다.
"우리 삶의 모호함"을 꽃이라는 매개체로 풀어낸 신형상주의적 접근이 독특하다.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 _ 꽃의 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