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남편이 일터로 나가는데 아침 밥조차 안차려 주다니!
밥을 굶은 병사가 전쟁터에 나가서 잘 싸울 수 있단말인가?"
신혼 때 아침 잠 많은 아내와 일전을 벌이고 출근을 한적이 많았다.
회사 근처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인간들로
라면집이나 국밥집은 항상 바글바글 했다.
'마누라들을 잘못 만난 죄인들'이라고 자책하며
서로의 눈빛을 피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남편은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아침밥이 로망"이라고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침밥을 차려주는 것이 갑질"이라는 비판을 한다.
아내는 "회사 근처에서 간단히 해결하거나,
직접 간단한 메뉴를 준비하는 현실적 방법"을 제시한다고 한다.
미혼남녀 직장인들은 아예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귀찮아서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아침을 먹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흔한 답변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몇 분이라도 더 잠을 자고 싶고,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니 아침식사는 자연스럽게 생략되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작은 생략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조금 배고픈'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몸의 가장 성실한 일꾼인 위장은 밤새 열심히 일한다.
전날 먹은 음식들을 차근차근 소화시키고,
새벽이 되면 텅 빈 상태로 다음 식사를 기다린다.
그런데 아침 7시에서 9시, 바로 이 시간이 위산 분비의 절정기다.
마치 요리사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뜨거운 팬을 준비하듯,
위는 들어올 음식을 위해 강한 산성의 위산을 분비한다.
만약 이때 음식이 들어와 이 산성 물질을 중화시켜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위산은 갈 곳을 잃고 위벽 자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상처 정도에 그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위점막이 점점 얇아진다.
마치 사포로 나무를 계속 문지르면 표면이 거칠어지고 구멍이 나는 것처럼,
우리의 위벽도 서서히 손상받는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속쓰림과 신트림이 일상의 불청객으로 찾아온다.
더 심각한 것은 장기간의 공복이 식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음식의 자극이 없으면 식도와 위 사이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괄약근이 점점 느슨해진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문의 경첩이 녹슬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처럼,
이 괄약근도 탄력을 잃는다.
그러면 위산이 역류해 식도를 태우기 시작한다.
가슴이 쓰리고 목이 아픈 증상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의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담낭이라는 작은 기관도 피해를 입는다.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했다가 식사 후
신호를 받으면 이를 장으로 보내 소화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아침식사가 없으면 담즙은 담낭 안에서 계속해서 농축될 수밖에 없다.
농축된 담즙 속 콜레스테롤은 서서히 결정을 이루기 시작한다.
작은 결정들이 모이고 쌓여 단단한 돌이 되는 것이 바로 담석이다.
이 작은 돌들이 담관을 막는 순간,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담석으로 인한 통증을 "죽을 것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위험한 선택이다.
위, 식도, 담낭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을 이루고 있는데,
이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아침 결식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아침식사 준비가 번거로운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몇 분의 편리함을 위해 평생 짊어져야 할 건강상의 부담을 선택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간단한 토스트 한 조각, 우유 한 잔이라도 우리 몸의 정교한 시스템을 지켜주는
소중한 연료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 투자, 그것이 바로 오늘 아침의 한 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