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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란 무엇인가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우리는 일상에서 '미학'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썰렁함의 미학", "하강의 미학", "실패의 미학" 등

온갖 현상 뒤에 붙는 이 단어는 마치 만능 수식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용법들은 미학의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미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미학(美學)은 철학의 하위 분야로서 '아름다움'을 대상으로 삼아

아름다움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미학은 "예술과 미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미학은 아름다움, 취미, 그리고 다른 미적 현상들을 연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이며,

예술의 본질과 예술 작품의 의미, 예술적 창조성과 관객의 감상에 대해 탐구한다.


22.jpg 비너스의 탄생, 산드로 보티첼리, 1485


미학의 핵심은 아름다움에 대한 근본적 질문들에서 시작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객관적 속성인가,

아니면 주관적 감정인가?

우리가 8등신의 미녀를 아름답다고 할 때,

그 미는 대상에 속한 성질인가,

아니면 우리가 느끼는 쾌감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바로 미학의 출발점이다.



근대 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트는 이러한 문제에 획기적인 답을 제시했다.


정원의 튤립 한 송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는 식물학자가 아니다.

그 꽃의 학명도 모른다.

그런데 왜 아름답다고 느끼는 걸까?

칸트는 이를 '목적 없는 합목적성'이라 불렀다.


튤립이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은 그것이 무슨 쓸모가 있어서가 아니다.

형태 자체의 완벽한 조화 때문이다.

그 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계산하는 순간, 순수한 감상은 사라진다.


칸트가 말한 취미 판단은 바로 이런 것이다.

아름다움은 유쾌함과 불쾌함이라는 순수한 감정으로만 판단된다.

소유하고 싶다거나, 이용하고 싶다는 욕심 없이, 오직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무관심의 순간. 그때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헤겔 등 많은 철학자들도 이 '자체적 가치'에 주목했다.

아름다움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결된 경험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 삶 속에서,

목적 없이 존재하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이다.


미학의 또 다른 주요 탐구 영역은 예술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작품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흥미롭게도 역사를 돌이켜보면 예술과 미의 결합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르네상스 이전의 예술작품들은 대부분 종교적 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예술"이라는 개념 자체도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음악, 미술, 연극, 시 등을 통합하는 용어로 등장했다.


The_girls_of_Avignon,_1907.jpg 피카소 - 아비뇽 처녀들, 1907


현대에 들어서는 미학의 영역이 더욱 확장되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뒤샹의 소변기 작품처럼,

현대 예술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미적 가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숭고함, 우미(優美), 심지어 추함까지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 되었다.


미학이 철학적 학문인 이유는 그 탐구 방법에 있다.

미학은 "비판적" 태도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신념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술 감상은 가치 있는 경험이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와 같은 통념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 근거와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미학은 미와 예술,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적인 특성과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이론적으로 탐구한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예술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예술과 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결국 미학이란 인간의 가장 숭고한 경험 중 하나인 미적 체험과

예술 활동에 대한 체계적이고 비판적인 탐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학문인 것이다.

이제 미학을 단순한 수식어가 아닌,

인간 정신의 깊이를 탐구하는 진지한 철학적 탐구로 이해해야 할 때이다.



https://youtu.be/c1_csHu2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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