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캔버스 위에 오렌지색이 칠해진다. 밤의 풍경을 그리려는데,
자연의 푸른 빛을 담으려는데,
왜 따뜻한 오렌지색일까?
이것이 바로 미국 출신 아티스트 코트니 마이어스만의 놀라운 비밀이다.
애틀랜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코트니 마이어스는 사바나 미술대학교(SCAD)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젊은 유화 작가다.
그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며,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54만 명,
틱톡에서 42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녀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조명빛이 감도는 밤의 정경과 자연 풍경을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면서도,
그 안에 따뜻한 감성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코트니 마이어스의 작업 방식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언더페인팅(underpainting)' 기법이다.
언더페인팅이란 본격적인 채색에 앞서 캔버스 전체에
단일 색조를 먼저 칠하는 전통적인 유화 기법으로,
작품 전체의 색감을 조화롭게 하고 깊이감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화가들이 갈색이나 회색 계열의 차분한 색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과감하게 오렌지색을 선택한다.
이 따뜻한 오렌지 톤은 작품 깊숙이 스며들어 최종 작품에서도 은은하게 드러나며,
차가운 밤 풍경이나 푸른 자연 속에서도 묘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는 자신의 방과 반려견을 그린 작품이다.
조명빛이 따뜻하게 비추는 실내 공간,
그 빛을 받아 빛나는 반려견의 털 한 올 한 올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이 작품은
언더페인팅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렌지색 바탕이 깔린 캔버스 위에 쌓인 여러 겹의 색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마치 사진처럼 사실적이면서도 회화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한 감성을 동시에 전달한다.
코트니 마이어스는 세계 각국의 풍경을 그리는 프로젝트로도 유명하다.
2021년에는 12개국의 풍경을 유화로 담아내는 도전을 시작했는데,
스코틀랜드의 스카이 섬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을 캔버스에 옮겼다.
직접 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그림은 안방에서
세계를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창문과 같다.
그녀의 풍경화는 단순히 장소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곳의 분위기와 빛, 공기까지 느낄 수 있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작업 방식이 즉흥적인 감각을 따른다는 것이다.
치밀한 계획보다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며 붓을 움직이는 그녀의 방식은
작품에 자연스러운 생동감을 부여한다.
오렌지 언더페인팅 위에 층층이 쌓이는 색들은 계산된 것이 아니라 느낌에 따라 더해지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그녀의 작품은 기술적 완성도와 감성적 깊이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력은 관객을 그림 속으로 끌어들이고,
오렌지 언더페인팅이 만들어낸 따뜻한 분위기는 그들을 포근하게 감싼다.
코트니 마이어스는 전통적인 유화 기법과 현대적 감성을 결합하여,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회화가 가진 특별한 힘을 증명하고 있다.
그녀의 캔버스 위에서 빛과 색은 춤을 추고,
그 춤은 우리를 일상의 아름다움으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