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연애와 결혼
사랑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찾아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확신한다.
직장 선배나 동료가 해주는 소개팅은 거절하지 마라.
그 소개팅은 어쩌면, 당신 인생의 가장 기묘하고 따뜻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나도 회의적이었다.
“선배, 저 그런 거 안 해요. 소개팅 같은 거 어색하고 불편해요.”
점심시간 회의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들고 선배가 꺼낸 한마디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너 딱 어울릴 것 같은 사람 있는데.
성격 좋고, 직장도 괜찮고,
너처럼 영화 좋아해.”
당시 나는 회사 사보에 영화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다.
“그런 건 왜 자꾸 저한테 해주시려고 하세요?”
“인연은 사람을 통해 오는 거야.
그걸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없을 수도 있어.”
그땐 몰랐다. 선배가 왜 그렇게 진지했는지.
왜 뜬금없이 ‘인연은 사람을 통해 온다’는 말을 꺼냈는지.
마음이 열리는 순간
결국 마지못해 나간 소개팅 자리.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첫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나는 머릿속으로 수백 가지 퇴장 핑계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말을 꺼냈다.
“혹시… 영화 좋아하세요? 레인맨 보셨나요?”
나는 순간 눈을 떴다.
마침 영화도 좋아했고,
당시 지존무상, 첩혈쌍웅, 폴리스 스토리 2 등 홍콩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하였던 때라 색다른 영화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고,
서로의 문을 천천히 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소개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직장 선배가 연결해 주는 소개팅은,
그저 누군가의 외로운 시간을 채워주려는 호의가 아니라는 것을.
그건 오랜 세월 함께 일하며 관찰한 나의 성격, 기호, 삶의 리듬을
염두에 둔 배려였다.
선배는 말없이 나를 지켜보았고,
내게 맞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추천해 준 것이었다.
직장이라는 공간은 독특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감정의 굴곡이 모두 드러나는 삶의 현장이다.
그곳에서 나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권하는 소개팅이라면,
그건 믿을 만한 가능성이다.
그 사람이 ‘어울릴 것 같아’라는 이유 하나로 꺼낸 말일지라도,
그 안에는 많은 관찰과 애정이 숨어 있다.
물론 모든 소개팅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다.
어색하고, 서로 맞지 않아 금세 정중한 인사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소개팅이라는 짧은 만남조차,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나는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일까.
나는 어떤 말투, 어떤 관심사, 어떤 태도를 지녔을까.
거울로는 보이지 않던 나의 단면들이, 타인의 눈을 통해 비치기 시작한다.
사람은 결국 사람을 통해 온다
사랑이란 결국,
작은 문 하나를 여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그 문이 꼭 고백이나 운명 같은 드라마틱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선배의 권유, 친구의 한마디, 지인의 소개.
그 사소한 제안에 “한 번 나가볼까?”라고 답하는 순간,
인연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요즘은 데이팅 앱이나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보다는 당신을 잘 아는 사람이 인연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실되고 성공의 확률이 높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온다.
그래야 신뢰를 토대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가끔은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직장 선배나 동료의 손끝에서 다가온다.
그 인연을 마다하지 말자.
설렘이 없어도 좋다. 어색해도 괜찮다.
삶은,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과 마음이 가볍게 스치는 자리에서 조금씩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