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가슴에 새긴 한 문장

제4장 연애와 결혼

by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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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이란,

바람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삶의 방향을 조용히 가리키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신념이 다르듯,

집집마다 흐르는 말의 결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글귀를 액자에 넣어 벽에 걸고,

누군가는 말없이 일상 속에 그 뜻을 녹여 살아간다.

우리 집 가훈은 단 네 글자다.



“세사재심(世事在心).”

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

이 말은 마치 무거운 비에 젖은 나무뿌리처럼 내 삶에 깊이 박혀 있다.


돌이켜보면,

그 말 한마디 덕분에 나는 숱한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흔들릴 때,

타인의 말에 마음이 다칠 때,

나는 늘 내 안에서 이 말을 꺼내어 되뇌었다.

"모든 일은 내 마음에 달려 있다. “

세상이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진리를,

나는 이 짧은 말속에서 배웠다.

그래서 나는,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가훈을 그럴듯한 문장으로 치장하지 말라고.

누구의 눈을 의식한 미사여구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말이 정말 당신의 삶을 바꾸는 말이냐는 것.

벽에 걸린 문장이 아니라,

마음속에 박힌 문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럴 때에야 비로소,

가훈은 한 가정의 뿌리가 되고,

폭풍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된다.

한 번은 어느 지인의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집 거실에는 조용히,

그러나 당당하게 걸려 있는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말 한마디가 하루를 바꾼다.”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늘 강조했다던 이 말은,

그 집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었다.

서로 존중하고,

목소리를 낮추며,

마음을 먼저 살피라.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공기가 거기 있었다.

그 집의 가훈은 말뿐이 아니었다.

그 말은 숨처럼, 그들의 일상에 스며 있었다.

가훈이란 그런 것이다.



삶을 다잡을 때마다 떠오르고,

길을 잃을 때마다 발밑을 밝혀주는 등불.

그리고 가슴 깊이 새겨질수록,

그 집의 온기를 만들어주는 말.

우리 집은 ‘세사재심’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어떤 시련 앞에서도 우리는 “마음이 전부다”라는

다짐으로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아이들도 이 말을 들으며 자라며,

무엇이든 자기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살다 보면 삶은 늘 예상 밖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그때마다,

자신만의 가훈 한 줄이 있다면,

사람은 쓰러지지 않는다.

당신의 집엔 어떤 문장이 살고 있는가?

당신의 하루를,

또 가족의 마음을 지탱해 주는

단단한 말 한 줄이 있는가.


만약 아직 없다면,

지금, 가슴으로 새겨 넣을 말을 하나 지어보라.


가훈은 삶의 언약이다.

말로 맺은 다짐은 언젠가,

당신의 등을 토닥이며 다시 일으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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