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부부싸움의 기술

제4장 연애와 결혼

by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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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 동안은 사랑으로 살지만

그 후, 30년은 용서하면서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사랑이 모든 걸 이길 거라 믿었다.

신혼집 벽에 걸린 사진 속 우리는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부서지기 쉬운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35년 차에 이르러 깨달은 건,

사랑보다 단단한 무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름은 ‘이해와 용서’다.


첫 싸움은 언제나 경험치 부족에서 시작된다.

젊은 부부들이 “왜 내 말을 안 들어?”라고 소리칠 때,

그 이면에는 “내가 사랑받고 있나 확인하고 싶어”라는 속삭임이 있다.

싸우지 않는 비결은 ‘의심’이 아닌 ‘확인’에 닿아 있다.

상대의 말을 반박하기 전,

그 말 아래 깔린 감정의 씨앗을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화장실 뚜껑 또 안 올렸어!”라는 말에

“네가 까다롭다”라고 받아칠 것이 아니라

“당신이 불편하게 했구나”라고 중얼거려 보라.

싸움은 대부분 해석의 오류에서 피어난다.

용서는 기술이다.


그 첫 단추는 ‘미련한 희생’이 아니라 ‘현명한 포기’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큼 상대의 상처를 읽는 감각도 중요하다.


어느 날 아내가 식탁에 내려놓은 된장국이 평소보다 짜다면,

“내 입맛을 잊은 거 아니야?”라고 투정할 게 아니라

“오늘 유난히 피곤했지?”라고 묻는 것이다.


사소한 걸음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 전쟁은 평화로 번진다.


우리 부부의 비밀은 ‘감정의 저금통’에 있다.

사소한 양보와 이해를 동전처럼 모아두었다가

큰 싸움이 터질 때 탕진하는 이치다.


서로의 단점을 장점의 뒷면으로 여기는 습관,

상대의 실수를 인생의 착오가 아니라 유머 코드로 승화하는 법.

우리가 수십 년을 견뎌낸 비결은 완벽한 조화가 아니라

불완전한 조각들이 맞닿은 자리에서

나는 마찰음을 음악으로 듣는 데 있다.

요즘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다.

부부싸움은 사랑의 적이 아니라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에너지의 상호작용이다.


180도로 맞서면 적이 되지만,

120도로 기울면 별자리가 된다.

당신이 상대의 말에 상처받았다면,

그건 그가 당신을 움직이는 ‘힘’을 아직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힘이 사라진 날 진짜 전쟁은 시작될 테지만,

그때는 이미 싸울 이유조차 남아 있지 않을 거라는 걸.

35년 차 아내가 어젯밤 내게 말했다.

“당신의 콧대가 높아진 건 내가 당신 코를 너무 많이 눌러서 그런가 봐.”

우리는 웃었다.


그 웃음 속에 35년 동안의 화해가 녹아 있었다.

사랑은 이기려는 싸움이 아니라, 다투고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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