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ㅣK콘텐츠의 넥스트 스텝
♬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
중견가수 노사연씨의 대표곡 <만남>. 많은 어머님들의 노래방 18번곡으로도 유명한 이 노래의 가사로 이번 글의 서두를 시작하는 것은 다소 생뚱맞긴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가 바로 '만남'이기 때문이다.
2023년 TF에서 IP 비즈니스 활성화 쪽으로 전략방향을 잡아나가면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나마 방송 분야에서 포맷 지원사업을 담당했을 때 경험으로 IP 비즈니스에 대한 애로사항들은 대략적으로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정책적으로 풀기 힘든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가 되었든 실마리는 잡아야 했기에, 4월부터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IP 비즈니스의 범위가 워낙 넓다보니 최대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상황 파악이 필요해 콘텐츠 전 장르는 물론이고 제조나 유통 분야 전문가도 알음알음 찾아내어 자문을 구했다. 콘진원에서 10년간 일하며 쌓은 개인 네트워크도 정말 총 동원했었다.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의미있는 의견을 많이 들었는데, 의외로 계속해서 나오는 하나의 공통된 니즈가 있었다. 바로 '만남' 이었다.
“저희 IP를 가지고 다른 장르의 콘텐츠나 이종산업과 협업을 하고는 싶은데
어디서 누구를 만나할지 제대로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요"
"IP를 가지고 정말 다양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각 분야의 검증된 라이선싱 전문가나 기업을 만나기 어려워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요"
사실 이렇게 계속 회의를 했던 것은 뭔가 구체적이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였는데, 뭔가 아차? 싶었다. '기관 전략'이라는 거창한 프레임에 갇혀 가장 본질적인 것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콘진원에서 간접지원사업, 기업을 데리고 국내나 해외 마켓에 참가하거나 직접 개최하는 행사 같은 사업을 할 때 사업계획서에 늘 들어가는 말이 있다.
... 업계 관계자 및 바이어 네트워킹 확대 ...
뭔가 당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이라 이것을 별도 사업화 시킬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IP 비즈니스는 정말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되는 것이니, 일단은 먼저 만나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
비즈니스라는 것이 니즈가 있을 법한 사업자들이 일단 만나서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고 탐색하며, 신뢰를 쌓아나가는 빌드업이 있어야 성사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너무 당연해서 이것의 사업화에 대해서는 간과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정리해서 'K-콘텐츠IP 비즈니스 활성화 지원 전략'에 네트워킹 사업 내용을 담았었는데, 의외로 이 사업은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다. 당시 한류 마케팅 사업을 담당하던 후배가 콘텐츠 기업과 연관산업 기업이 만나는 네트워킹 데이를 여분 예산을 활용해서 작게라도 해보겠다고 한 것이다.
TF에서 짠 전략이 그래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인지, 2023년 파일럿 형태로 시작한 'K-콘텐츠X연관산업 비즈니스 네트워킹 데이'는 2025년 정식 예산사업으로 신설되었고, 운명의 장난인지 내가 팀장을 맡고 있는 콘텐츠IP전략팀의 업무로 배정이 되었다.
스타트를 잘 끊었기에 정식 사업이 되었겠지만, 정말 우리나라 IP 비즈니스의 초석이 될 장으로 만들어 보고자 담당자와 만전을 기해 사업을 리모델링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할 때 키포인트로 잡았던 것은 크게 네가지이다.
장르와 산업을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이 검증된 기업을 발굴
네트워킹 데이에 꾸준하게 참가하게 만들어 깊이 있는 관계 형성
백문이 불여일견, 이곳에서 어떤 IP 비즈니스가 가능할지 눈과 귀로 보고 듣고 느끼게 하기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협업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사업 연계하기
사업 실행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다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는 업계의 '바램'이었던 것으로 판명났다. 전년도는 두 번 개최하며 참여했던 기업이 117개사였는데, 이번에는 첫 회부터 147개사가 참여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리고 늘 연관산업 기업보다 콘텐츠 기업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는데('24년 콘텐츠 기업 비중이 71%), 이번 1회 행사에는 콘텐츠 기업의 비중이 57%로 연관산업 기업과 얼추 반반의 비율을 맞출 수 있었다.
1회 행사는 사업 리모델링 포인트를 '체감'할 수 있게 준비했다. 특히 정부 행사 특유의 계약 압박이 있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행사장을 조성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리고 전년도 부산국제영화제 CJ Night에서 봤던 CJ IP 케이터링을 벤치마팅해 행사의 아이덴티티인 IP와 협업한 콜라보 제품으로 케이터링을 준비했다. 행사장 곳곳에 비치한 참가기업의 콜라보 제품 전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2회 행사 참가신청을 오픈하면서는 더더욱 이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2주 정도는 신청을 받을 요량으로 오픈했었는데 불과 3일만에 신청이 마감되었다. 마감 이후에도 워크인으로 참가할 수 없겠냐는 문의를 정말 많이 받았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 애초에 1회차 보다 더 많은 기업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 그래도 최대한 장소를 꽉차게 활용해서 콘텐츠 기업 56개, 연관산업 기업 50개, 총 106개사가 참여해 활발히 미팅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된 'K-콘텐츠X연관산업 비즈니스 네트워킹 데이'는 콘텐츠 분야는 YG엔터, 더핑크퐁컴퍼니, 채널A, 오로라월드, 영실업 등 다 열거하기도 어려운 많은 우수한 기업들이 참여해 주셨고, 연관산업 분야도 CJ올리브네트웍스, 아모레퍼시픽, 현대백화점, 한국도자기, 대동여주도 같은 국내 유수의 유통 대기업이나 우량 제조기업이 참여해 주셨다.
행사를 할 때마다 다양한 피드백을 온라인으로 또는 현장에서 받았다. 당연히 개선해야 할 점들도 있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는 이런 자리가 정말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니 앞으로 이 행사가 우리나라 콘텐츠IP 비즈니스가 활성화하는데 탄탄한 기반이 되는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잘 만들어나가 보겠다.
콘진원에서 10년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거나 기존 사업을 리모델링하고 이것들을 실행할 때는 언제나 떨린다. 문자 그대로 국민들의 혈세를 쓰는 일 아닌가?
"내가 제대로 기획한 것이 맞을까? 시장에서 수요가 없으면 어떡하지?"
의사결정을 할 때 당연히 많은 리서치를 하고 다양한 업계 의견을 듣고 결정을 한다. 하지만, 시장은 늘 불확실성과 변수가 많고 업계는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들은 상충되기 마련이라 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나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어떤 방향이든 결정하고 나아가야 그것이 실패든 성공이든 다음이 있는 것을...
어떤 정책이든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깨에 짊어진 세금이 가진 무게를 언제나 잊지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나같은 공공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걸어가야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제1차 K-콘텐츠X연관산업 네트워킹 데이를 통해 성사된 협업 프로젝트 중에 우수한 프로젝트 6개를 선별해 상품 개발비를 약소하게나마 지원해주는 사업을 올해 진행 중이다. 그중 첫 번째 성과인 웹툰 <재벌집 막내아들>과 대동여주도의 콜라보, '순양주'가 나와 다소 뜬금없지만 홍보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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