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다문화를 거부하는 일본, 그 이유는

폐쇄 사회가 만든 타자에 대한 거부감

by 박상훈

16화. 다문화를 거부하는 일본, 그 이유는

― 폐쇄 사회가 만든 타자에 대한 거부감



거리에서 외국어가 들리면

사람들이 돌아본다.


호기심보다는 경계의 시선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져도

진정한 교류는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일본은 외형적으로는 국제화되었지만,

내면적으로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불안이 커질수록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도 함께 증가한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동질성 신화가 만든 배타적 사고


일본은 오랫동안 '단일민족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져왔다.

이런 동질성 신화는 사회적 결속력의 원천이었지만,

동시에

다양성에 대한 거부감도 키웠다.


'다르다'는 것은 '틀렸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조화'라는 이름으로 차이는 억압되었다.


이런 문화적 토양에서

외국인은 자연스럽게 이방인으로 여겨졌다.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이런 배타성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 침체와 사회적 불안이 커지면서

외국인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었다.


경제적 불안이 부른 희생양 찾기


1990년대 이후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어가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주로 일본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했지만

경제적 불안감은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았다.


"외국인 때문에 우리가 어려워진다"는 단순한 논리가 확산되었다.

특히 중소기업과 지방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경제적 여유가 없을수록,

외국인에 대한 배타감이 커지는 패턴을 보였다.


완벽한 동화를 요구하는 사회


일본 사회의 엄격한 규칙과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는

외국인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언어뿐만 아니라 미묘한 사회적 규범까지

완벽하게 습득해야

'받아들여지는' 구조였다.


이런 높은 기준은

외국인들의 사회 통합을 어렵게 만들었고,

동시에 일본인들에게는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만의 근거가 되었다.


특히 종교적, 문화적 관습의 차이는

갈등의 소지가 되었다.

할랄 음식, 종교적 의식, 다른 생활 패턴 등이

'문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가 증폭시킨 편견과 혐오


일부 미디어는

외국인 관련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며 혐오감을 부추겼다.


외국인 범죄나 문제 행동을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전체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반면 외국인들의 긍정적 기여나 성공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졌다.

이런 편향적 보도는

사회 전체의 인식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인터넷상에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더욱 노골적인 혐오 표현들이 확산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외국인 혐오가 조직화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정치인들의 분열 조장과 표심 몰이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불안이 커지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외국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사회 문제의 원인을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쉬운 해법처럼 보였다.


"일본인 우선" 정책을 내세우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났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통합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제도화된 차별의 일상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제도적 차원에서도 지속되었다.

주택 임대, 취업, 금융 서비스 등에서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이 만연했다.


"외국인 임대 불가", "일본인만 채용" 같은 노골적 차별부터

암묵적 배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런 구조적 차별은 외국인들의 사회 참여를 막고

분리를 고착화시켰다.


법적으로는 차별 금지 조항들이 있었지만

실효성이 부족했고,

사회적 인식 개선도 더뎠다.


한일 관계에 드리운 역사의 그림자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역사적 갈등이 현재의 혐오와 결합되어,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경제적, 문화적 경쟁이 더해져 갈등이 증폭되었다.


일부에서는 합리적 비판을 넘어선 감정적 혐오 표현들이 나타났고,

이는 양국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상호 혐오가 악순환을 이루는 양상을 보였다.


오늘의 교훈


한국도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지만,

사회적 수용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일본처럼 외국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치적 유혹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이 바로 다문화 사회를 위한

제도적, 사회적 기반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차별을 방지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정책과 함께,

무엇보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외국인 혐오는 경제적 불안이 만든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동질성에 대한 강박과 경제적 어려움이 결합되면

타자에 대한 적대감이 생겨난다.


이는 개인의 편견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다.


경제적 불안정성이 클수록

희생양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해 손쉬운 지지를 얻으려 하고,

미디어는 선정적 보도로 편견을 증폭시킨다.


결국

외국인 혐오는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미래 발전 가능성을 제약하는 자해적 행위가 된다.


다양성이 살아있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일본이 놓친 교훈을,

한국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음 화 예고


17화에서는 아베노믹스의 명암 – 화폐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다룹니다.

8년간 대규모 금융완화를 펼쳤지만 왜 일본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의 경제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일본 : 잃어버린 미래가 남긴 구조적 경고]

잃어버린 30년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2부 16화. 다문화를 거부하는 일본, 그 이유는 – 폐쇄 사회가 만든 타자에 대한 거부감

(이 글은 일본 법무성 2024년 외국인 통계, 내각부 2025년 다문화 사회 조사, 일본 인권단체 2024년 차별 실태 보고서, 한국법무부 2024년 외국인 정책 통계를 종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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