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이세계

금이 간 차유리

by 윤담

차에 오르자마자
시선은 의도와 상관없이 그곳으로 간다.
앞유리 한가운데,
돌이 튄 자리에서
유리가 쩍 하고 벌어져 있다.
그 지점에서 시작된 금이
마치 결심이라도 한 듯
곧게, 아주 곧게
시야를 가로지른다.

금은 번지지 않았다.
거미줄처럼 퍼지지도 않았고
조각나려는 기색도 없다.
다만
하나의 선으로
정확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이전의 유리가
여기서 끝났다는 표시처럼.

차를 움직이면
세상도 함께 움직이는데
그 모든 풍경이
그 금을 통과해 도착한다.
신호등의 초록,
가로수의 잎사귀,
앞차의 브레이크등.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모두가
한 번 더 걸러진 뒤
눈에 들어온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선을 피하려 하지만
시선은 다시 돌아온다.
금은 시야의 중심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다.
보지 않으려 할수록
더 정확히 거기 있다.
이제 이 차에서
세상은
이 선을 기준으로
나뉘어 도착한다.

예전에는
유리가 세계를 막고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바람과 속도와 위험을
투명한 채로 차단해 주는 것,
그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금은
그 당연함에
아주 얇은 질문을 남긴다.
정말로 아무 일 없었는가.

밤이 되면
가로등의 빛이
그 금을 따라 미끄러진다.
빛은 직선 위에서
잠시 흔들리며
두 개의 방향으로 갈라진다.
그 순간
도시는 하나가 아니라
겹쳐진 상태로 존재한다.
나는 그 겹침 속을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이 금은
사고의 흔적이라기보다
임계선에 가깝다.
무언가가 지나갔고,
유리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이미 예전과 같지는 않다는
조용한 증거.
나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곧 유리는 교체될 것이다.
서류가 처리되고
깨끗한 유리가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도로를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한동안
보이지 않는 금이
여전히 시야 한가운데에 남아
세상을 가로지르고 있을 것이다.

금이 간 차유리는
세상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다만
세상이 도착하는 방식을
바꾼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깨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나는 오늘도
그 선을 통과해
도시를 본다.
세계는 여전히 투명하지만
이제는
완전함을 전제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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