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투명한 지층 사이에서
하늘은 언제나 위에 있었다.
그곳은 멀고, 닿을 수 없고, 모든 것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우리가 밟고 있는 지층이 있었다.
그 사이, 아주 얇은 틈에 우리가 있었다.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빛과 흙 사이에 걸쳐진 존재로.
나는 종종 그 경계를 느낀다.
비가 오면 하늘은 내려오고,
안개가 피면 지층은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숨을 쉰다.
숨은 하늘을 들이마시고,
지층의 냄새를 내쉰다.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하루를 산다.
하늘은 완전함의 은유다.
모든 것을 품고, 아무것에도 닿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늘 거기에 손을 뻗는다.
기도와 소망, 절망과 욕망.
모든 팔은 위로 향한다.
그러나 아무리 손을 뻗어도,
하늘은 잡히지 않는다.
지층은 반대다.
모든 것을 받쳐주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아래엔 수많은 이름이 묻혀 있다.
죽은 자들의 무게,
살아남은 자들의 발자국.
우리는 그 위에서 서 있고,
그 위에서 다시 누군가의 땅이 된다.
하늘은 빛으로 존재하고,
지층은 그림자로 존재한다.
그 사이에서 인간은 반투명한 실루엣으로 서 있다.
우리는 빛을 갈망하면서도,
그 빛이 너무 강할까 두려워 눈을 감는다.
우리는 그림자에 안도하면서도,
그 어둠에 길을 잃는다.
그 중간,
바로 그 미세한 층이 인간의 자리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인간이란, 하늘을 향한 욕망과
지층에 속한 운명 사이의 진동이다.
그 진동이 멈출 때 우리는 죽는다.
그러나 그 진동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사랑, 노동, 기도, 창작.
그건 다 그 진동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늘을 닮고 싶어서 쓰는 문장,
지층을 닮아서 견디는 하루.
그 중간의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조금씩 투명하게 만든다.
내가 밟는 땅은 투명하다.
그 아래엔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아이의 웃음, 아버지의 침묵,
젊은 날의 실패와 용서.
그 모든 퇴적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
나는 그 투명한 층을 밟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빛은 여전히 멀지만,
이제는 닿지 않아도 괜찮다.
하늘을 향한 욕망은 여전히 뜨겁지만,
나는 그 불안을 품은 채 선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하늘과 지층의 사이,
투명과 불투명의 경계.
그곳이 인간의 자리이자,
삶이 응결하는 층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나와 같다.”
우리 모두는 이 거대한 대지 위의 미세한 입자,
그러나 동시에 하늘의 빛을 통과시키는 존재.
보이지 않는 선 위에서 흔들리며,
서로의 그림자를 비추는 존재.
이제 나는 안다.
완전함은 위에 있지 않다.
투명함은 아래에서 온다.
그리고 그 사이
그 좁고 불안한 층이야말로
인간이 빛을 배워가는 자리다.
하늘과 투명한 지층 사이,
그 불안정한 틈에 우리가 있다.
완전하지 않기에,
우리는 서로를 비춘다.
- 에세이 "투명한 지층"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