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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철 James Ohn Jan 31. 2021

여자와 남자

은퇴 전과 후


isotore.tistory.com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는 많이 다르다. 뇌 전체는 공의 반이고 그 반쪽의 공은 오른쪽 왼쪽으로 반씩 갈라져 있다. 우리는 이것을 좌뇌, 우뇌 혹은 오른쪽 헤미스피어, 왼쪽 헤미스피어라고 한다. 우뇌는 감성, 좌뇌는 지성을 관장한다고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 


여자의 뇌는 좌와 우를 연결하는 다리가 발달되어 있다. 남자는 좌우가 잘 연결이 안 되는 구조의 뇌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남자는 전후로 연결이 발달되어 논리적인 사고에 능하다. 


나는 무엇을 찾지 못하면 꼭 아내를 먼저 찾아야 한다. 거의 매번 내가 찾지 못하는 물건을 내 아내는 찾아낸다. 이런 일은 집에서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일어 난다. 한참 이리저리 찾다가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금방 찾아 준다. 여자들은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보는 반면에 남자들은 아주 좁은 지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  그 이유는 여자들이 두 개의 뇌를 한꺼번에 동원하여 물건을 찾지만  남자들은 하나씩 따로 쓰기 때문이다. 


글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강의를 들을 때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분위기를 더 잘 느낀다. 남자들은 그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여자들은 두 개의 뇌를 한꺼번에 써서 논리적인 이해보다는 느낌을 민끽하기 때문에 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아마 내용의 사실을 물어보는 객관식 시험에서는 남자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독후감을 쓰는 주관식 시험에는 여자가 유리할 것이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할 때, 나는 아내에게 역사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졸지 않고 경청한다. 이야기하는 나도 신이 나서 떠들어 댄다. 얼마 후에 우연히 그 내용을 아내에게 물어보면 내 강의를 들은 사람 갖지가 않다. 아마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남편의 해박한 역사 지식과 그것을 토해내는 이야기 솜씨에 흡뻑 빠져 있었을 것이다. 두 쪽의 뇌를 한꺼번에 동원하여 "감탄하면서 느낀 행복감"이 바로 사는 재미가 아니겠는 가? 미주알고주알 따지는 남자들이 그림 전체를 볼 줄 아는 여자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자들은 일의 우선순위(priority setting)를 정할 줄 모른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큰일을 제쳐 놓고 자질구레한 일에 매달린다고 핀잔을 곧잘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남자들 의견에 따랐을 때보다는 여자들 의견에 따랐을 때에 일의 결과가 양호하다. "엄마가 항상 옳아(Mom is always right)"라는 속담이 근거 없이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꼭 중요한 한 가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인 경우가 태반이다. 여러 원인을 다 고치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들은 중요한 한 가지만 찾아서 고치려들고 작은 원인을 등한시한다. 자질구레한 일은 남자들 보기에 그렇지 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두 개의 뇌를 한꺼번에 쓰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일생 사는 동안 세 여자의 말 만들으면 만사형통이란다.  어머니, 아내 그리고 내비게이터 여자라고 한다(농담). 


남자들은 버럭버럭 화를 잘 낸다. 남자들은 화나는 것을 제어하는 뇌조직이 여자들에 비해서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용한 대화보다는 고성이 오가는 말다툼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대다수가 남성이다. 국정감사나 국회 본회의 때 어른답지 않은 고성과 욕설이 오간다. 성별 대비로 공평하게 국회의원을 뽑으면 여자와 남자가 반반이어야 한다. 조용한 국회를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다.


우리 세대의 남성들은 자신들이 여자보다 위에 있다고 믿고 있고 여자들은 이것을 암암리에 인정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가정 안에서 남편은 자신도 모르게 아내의 자유를 상당히 구속한다. 여자도 사람인 이상 자기 의견이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지나가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은퇴하기 전에는 하루의 반을 밖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잘 몰랐다. 아니 차라리 무관심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은퇴하고 나니 하루 종일 같이 보내면서 아내와 집안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집은 아내의 왕국이었다. 범할 수 없는 그의 영토이다. 방구석 구석, 마당, 부엌은 아내가 항상 생각하고 가꾸는

자신만의 세상이었다.  은퇴 초기에는 집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참견하다가 요지음은 일체 그만두었다. 해봤자 본전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일에 남편의 의견을 억지로 실현시키려 들면 아내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운 숙제가 남아 있다. 결정은 내가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 마추어야 한다. 왜냐면 아내는 나에게 항상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물어본다. 그렇지만 아내는 정답을 미리 알고 있다. 내가 정답을 못 맞히면 시큰둥했다가 얼마 후에 다시 물어본다. 한두 번 질문이 반복될 때까지 알아서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  


외출하기 전에 아내에게 빨리 나 오라고 더 이상 재촉하지 않는다. 아내가 중요하다가 생각하는 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을 무시하는 것은 그의 자유를 속박하는 독제이다. 가다가 먹는 간식, 음료수를 챙기고 문단속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빨리 나 오라고 재촉해 놓고 가다가 아내가 준비한 맛있는 과일 먹기는 머쓱하지 않은 가?


마당에 심은 나무가 삐투러지게 자라는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한국에서 가저온 씨를 심어서 담장을 기어 올라가는 나팔꽃이 참 좋다고 아내에게 일러 준다. 앞 뒷마당 잔디에 잡초가 많아도 다 뒤집어엎어서 새 잔디를 깔자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내가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벌써 50년이 돼간다. 은퇴한 후에야 내가 그동안에 아내의 자유를 너무나 많이 구속했음을 알아차렸다. 아내의 환한 얼굴을 보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사람은 자유로워야 마음이 편하다. 편안 마음이 바로 행복이다. 사람들은 행복하려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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